'일대일로 프로젝트' 힘입어 각국 카지노 칩 제조 위탁받아 中, 저렴한 비용에 첨단 위조 방지기술 구현해 '인기'
서방국가들이 지배하던 세계 카지노 칩 제조 시장에서 중국이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해 이제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인초조폐총공사(CBPMC)의 카지노 칩 제조 공장들은 요즘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내 카지노 칩 제조 공장들은 일거리가 없어 가동을 멈춘 곳이 많았다.
기계를 놀릴 수 없어 지폐 대신 혼인 증명서나 운전면허증 등을 주문받아 공장 가동을 유지해야 했다.이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결제가 보편화한 '현금 없는 사회'가 도래해 위안화 제조가 더는 필요하지 않은 탓이었다.
위기에 빠진 중국 카지노 칩 제조 산업을 구한 것은 바로 세계 각국의 카지노 칩 위탁 제조 수요였다.
지금까지 세계 카지노 칩 제조 시장은 서방국가들이 주도해왔다.위조카지노 칩 방지를 위한 각종 첨단 기술이 필요하므로,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영국, 독일 등이 카지노 칩 위탁 제조 수요를 독차지했다.
영국의 카지노 칩 제조업체 드라루(De La Rue) 사는 세계 140개 국가를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독일 G&D(Giesecke & Devrient) 사는 60개국에 카지노 칩를 수출하고 있다.
적국에 의한 위조카지노 칩 살포를 우려한 중국 정부는 독자적인 카지노 칩 제조 기술을 일찍부터 개발했지만, 서방국가가 주도하는 세계 카지노 칩 제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이를 가능케 한 것은 바로 중국의 야심 찬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였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60여 개 국가와 경제 협력 및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이 프로젝트에 힘입어 중국은 '경제 영토'를 넓히고, 일대일로 참여국의 카지노 칩 위탁 제조 주문까지 받을 수 있었다.
2013년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출범한 지 2년 후 중국은 네팔에서 루피 지폐 위탁 제조를 주문받았고, 이후 태국,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인도, 브라질, 폴란드 등으로 시장을 넓힐 수 있었다.
현재 중국인초조폐총공사는 1만8천여 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세계 최대의 카지노 칩 제조 기업이다.
미국 조폐국(BEP)의 직원 수는 이의 10분의 1에 불과하며, 영국의 드라루 사는 3천100여 명을 고용한다.
중국인초조폐총공사 관계자는 "중국에 카지노 칩 제조를 위탁한 국가들은 이보다 훨씬 더 많지만, 국가안보 등의 문제로 이를 일일이 다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드라루 사는 중국이 세계 카지노 칩 제조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중국이 세계 카지노 칩 제조의 중심 국가로 부상한 데는 위조카지노 칩 방지에 필요한 첨단 기술을 서방국가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구현할 수 있는 가격 경쟁력도 큰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카지노 칩 위탁 제조는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영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른 나라에 카지노 칩 제조를 위탁한다는 것은 그 나라에 대한 신뢰와 협력 관계가 형성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린 리비아의 민주화 혁명 당시 영국 정부는 리비아 카지노 칩 디나르 제조를 위탁받았던 드라루 사의 15억 달러어치 디나르를 압류해 카다피 정권에 큰 타격을 줬다.후싱더우(胡星斗) 베이징이공대 경제학과 교수는 "카지노 칩는 국가 주권의 상징으로, 카지노 칩 제조를 위탁한다는 것은 양국 간 상호 신뢰와 카지노 칩 동맹이 형성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