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카지노 꽁머니 지급 흥미롭다"는 김여정…北 노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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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두차례 담화 쏟아낸 北
北외무성 "시기상조" 담화낸 지
7시간 만에 의문의 유화 메시지
"적대정책 먼저 철회" 조건 제시
"韓, 이중적 잣대" 비판하며
대북제재 해제 앞장서라 압박
카지노 꽁머니 지급 “이중적 태도부터 버려라”
김여정은 2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대립·적대 관계를 그대로 둔 채 서로 애써 웃음이나 지으며 카지노 꽁머니 지급문이나 낭독하고 사진이나 찍는 것이 누구에게는 간절할지 몰라도 진정한 의미가 없고 설사 종전을 선언한다 해도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중적인 기준과 편견, 적대시적인 정책과 적대적인 언동이 지속되고 있는 속에서 반세기 넘게 적대적이었던 나라들이 전쟁의 불씨로 될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그대로 두고 종전을 선언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이날 북한은 거듭 ‘적대시 정책’의 우선 철회를 촉구했다. 김여정 담화가 나오기 불과 7시간 전 이 부상도 “눈앞의 현실은 카지노 꽁머니 지급 채택이 시기상조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조선반도에서 산생되는 모든 문제의 밑바탕에는 예외 없이 미국의 대(對)조선 적대시 정책이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선결조건이 마련돼야 서로 마주 앉아 의의 있는 종전도 선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 김여정과 표현만 다를 뿐 같은 입장이다. 특히 “종전이 선언되자면 쌍방 간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지독한 적대시 정책, 불공평한 이중 기준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며 한국이 ‘이중적 기준’을 갖고 있다고 재차 언급했다.남북한 관계 공 文정부에 돌려
정부는 북한의 이례적인 입장 표명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국에 구체적인 제시를 하는 우리(카지노 꽁머니 지급의)의 역할을 하라는 메시지로, 조건을 마련하는 데 신경 쓰라는 것”이라며 “의미 있고 무게 있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정부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고 최대 100억원의 남북협력기금을 국내 민간단체들의 인도적 대북 지원사업에 지원하기로 의결하기도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해제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오전과 오후 두 담화는 큰 틀에서 내용은 같지만 이태성은 미국, 김여정은 한국을 겨냥한 메시지로 보인다”며 “카지노 꽁머니 지급의 전제 조건은 대북 제재 해제인 만큼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미국을 설득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방 수위를 낮춤으로써 유화 메시지를 낸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