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의 이유 있는 ‘깜짝 실적’…전자카지노 칩 혁신 앞세워 위기 돌파
입력
수정
매출·영업익 두 자릿수 증가…기술력 앞세워 필립모리스 제치고 한국 시장 1위[비즈니스 포커스]
카지노 칩를 주력 사업으로 하는 KT&G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는 시장 환경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해 KT&G의 영업이익은 19.8%나 감소했고 2022년에도 위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KT&G가 받아든 성적표는 의외였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카지노 칩업계의 ‘신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궐련형 전자카지노 칩(이하 전자카지노 칩) 부문에서 선전한 것이 ‘깜짝 실적’을 거둔 배경이다.
KT&G는 한국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가 지배하던 이 시장에서 빠르게 외연을 확대해 나간 끝에 점유율 45.1%(전자카지노 칩 스틱 기준)를 기록하며 올해(2월 기준) 1위를 차지했다. 시장 최강자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후발 주자에서 업계 선두로 ‘우뚝’
KT&G의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12% 늘어난 8448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도 10% 증가해 2726억원을 달성했다. KT&G에 따르면 호실적의 뒤에는 전자카지노 칩 시장의 빠른 팽창과 이를 공략하기 위해 내놓은 ‘릴(lil)’의 약진이 자리한다.한국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가 독주했던 이 시장에서 외연을 확대하며 전자카지노 칩를 새로운 캐시카우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전자카지노 칩는 담뱃잎이 포함된 전용 스틱을 기기에 꽂아 가열해 흡연할 수 있도록 만든 차세대 카지노 칩다. 실제로 흡연 인구가 점차 감소하며 연초 카지노 칩 시장이 차갑게 식어 가고 있지만 이 시장만큼은 예외다. 덩치가 매년 급증하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시장 조사 기관 등에 따르면 2017년 3600억원 정도였던 전자카지노 칩 시장은 지난해 1조 8000원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5년 사이 무려 6배나 시장 규모가 커진 것이다. 전체 카지노 칩 시장 규모(약 18조원)의 10% 정도를 차지할 정도다.
시장 관계자는 일반 연초보다 냄새가 적은 데다 폐를 까맣게 변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타르’가 함유되지 않았다는 강점이 부각되며 연초에서 전자카지노 칩로 갈아타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런 전자카지노 칩 시장에서 KT&G는 빠르게 영향력을 키워 나가며 당초 기대했던 것 이상의 실적을 거두고 있다. 유러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KT&G의 전자카지노 칩 시장점유율은 45%를 기록하며 경쟁사인 필립모리스(43%)를 앞질렀다.
전자카지노 칩의 시장 규모(1조8000억원)를 감안하면 약 8000억원의 매출을 KT&G가 이 시장에서 올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KT&G가 전자카지노 칩 시장에서 지금처럼 성장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전자카지노 칩 시장의 포문을 연 것을 필립모리스다. 2017년 아이코스를 출시하며 단숨에 한국에서 전자카지노 칩 열풍을 일으켰다.
KT&G도 부랴부랴 같은 해 말 전자카지노 칩 기기 ‘릴 1.0’과 전용 스틱 ‘핏(Fiit)’을 내놓았지만 필립모리스의 시장 선점 효과는 무서웠다. 양측의 본격적인 진검 승부가 펼쳐졌다고 볼 수 있는 2018년 전자카지노 칩 점유율을 살펴보자. 필립모리스의 점유율은 73%로 KT&G의 점유율(약 20%)을 세 배 정도 웃돌았다. 이대로 업계 순위가 굳혀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후 서서히 반전이 일어났다. KT&카지노 칩;G는 뛰어난 기술력을 앞세운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빠르게 필립모리스를 따라잡았다. 실제로 KT&카지노 칩;G는 지난 5년 동안 매년 진보된 성능의 신제품을 출시해 왔다. 반면 필립모리스는 2019년 아이코스 3를 출시한 이후 현재까지 새로운 제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해외 시장 기대감도 솔솔
KT&G의 속도감 있는 성장 배경엔 전자카지노 칩 산업의 핵심인 ‘특허 개발’이라는 키워드가 숨어 있다. 전자카지노 칩 또한 전자 제품이기 때문에 자체 특허 기술이 제품력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KT&G는 연구·개발(R&D)에만 연간 2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며 다양한 특허를 취득했다.KT&카지노 칩;G의 특허 경쟁력은 올해 3월 유럽특허청이 발표한 ‘2021년 대한민국 기업 유럽 특허지수’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지수에 따르면 유럽에 특허를 출원한 한국 기업 중 삼성과 LG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KT&카지노 칩;G는 총 233건의 특허를 출원해 삼성과 LG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삼성과 LG가 대표적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점을 감안한다면 KT&G의 3위 등극은 의외다. KT&G의 전자카지노 칩 관련 기술이 어느 정도 뛰어난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처럼 뛰어난 기술력을 앞세워 KT&G는 매년 성능을 개선한 전자카지노 칩 기기를 출시, 소비자들을 공략해 나갔다. 그간의 행보에서도 잘 나타난다. KT&G는 2018년 후발 주자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혁신 기술을 담은 전자카지노 칩를 선보이며 승부수를 띄웠다.
기존 전자카지노 칩 디바이스에 액상 카트리지를 결합해 사용하는 ‘릴 하이브리드 1.0’을 출시한 것. 액상 카트리지를 디바이스에 결합한 후 전용 스틱을 삽입해 작동하면 연무량이 향상되고 특유의 찐 맛이 감소한다는 점에 착안해 만든 제품이다.
소비자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이 제품에 힘입어 KT&G는 2019년 전자카지노 칩 시장점유율을 10% 정도 끌어올리며 필립모리스와 양강 체제를 구축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20년 2월 전자카지노 칩 최초로 모든 버튼을 없애고 스틱만 삽입해도 자동으로 예열되는 ‘스마트 온·오프’ 기능을 탑재한 ‘릴 하이브리드 2.0’을 출시했다.
스마트 온·오프는 사용자의 흡입 패턴을 디바이스가 인식해 전용 스틱 삽입 시 자동 가열이 시작된다. 반대로 스틱이 분리되면 자동으로 중단되는 기능으로 사용자의 편리성을 대폭 향상시킨 특허 기술이다.
특히 기존 한 겹으로 둘렀던 발열선을 M자 형태로 한 번 더 둘러 스틱 전체를 균일하게 가열하는 ‘M자 패턴 히터 구조’ 특허는 다른 전자카지노 칩 제품에서는 볼 수 없는 KT&G만의 차별화된 독자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그 결과 지난해 점유율은 필립모리스를 거의 따라잡고 올해 들어 필립모리스를 추월하고 업계 선두로 치고 나갈 수 있었다.
전망도 밝아 보인다. 그 무엇보다 해외 시장에서의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 한국 시장에서 KT&카지노 칩;G와 직접 맞붙으며 기술력을 눈여겨본 필립모리스가 KT&카지노 칩;G 측에 해외 시장을 함께 공략하자고 제안한 것.
이에 따라 현재 KT&카지노 칩;G는 릴 제품을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에 공급하고 PMI는 이를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KT&카지노 칩;G의 릴은 이 계약을 통해 전 세계에서 팔리고 있다. 릴은 2020년 일본 등 3개국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동유럽‧남유럽·중남미 등 다양한 권역으로 시장을 넓혔다. 현재까지 수출 대상국만 25개국에 이른다.
한국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앞세운 다양한 제품들을 계속 출시해 나가며 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KT&G 관계자는 “2017년부터 5년간 전자카지노 칩 분야에 집중적인 R&D 역량을 투입해 총 3000여 건의 특허 출원을 등록한 상황”이라며 “이를 활용해 보다 뛰어난 기술력을 입힌 전자카지노 칩 기기들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며 선두 자리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