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과연 인간과 똑같이 시를 쓸 수 있을까 ... 온라인카지노 실험가 두 작가가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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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 특별 강연
미디어 아티스트 권병준과 시인 심보선
'인문학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온라인카지노시대의 예술'
서울국제도서전의 개막일이었던 지난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 C홀 한쪽에서는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홍성욱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교수의 사회로 시작된 강연. 온라인카지노와 창작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두 작가가 50여 명의 관객들과 함께 대담을 나눴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미디어 아티스트 중 한 명인 권병준과 예술사화학자로도 활동하는 시인 심보선이다.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두 작가는 모두 자신의 예술에 온라인카지노를 결합한 실험을 해 왔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가졌다. 이날 서울국제도서전이 '인문학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온라인카지노 시대의 예술'을 주제로 펼칠 강연에 이 두 작가를 선정한 이유다. 권병준은 온라인카지노와 로봇을 결합한 설치작품을 내놓으며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한 '올해의 작가상'의 주인공이 됐다. 심보선도 온라인카지노를 활용해 텍스트 생산 연구를 오랜 기간 이어오고 있다.
두 사람은 가장 먼저 '온라인카지노가 인간처럼 창작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내놨다. 고개를 끄덕인 후 "온라인카지노는 모사의 달인"이라고 입을 뗀 권병준. 그는 "이제 온라인카지노가 하는 작업과 비슷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더이상 예술가로 치부하지 못하게 됐다"며 "웬만한 퀄리티의 작품을 데이터베이스를 거쳐 공식을 가지고 뽑아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날 현장에서는 참여한 관객과 사회자, 두 작가 간의 대화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당초 예정됐던 강연 시간인 1시간 30분이 모자랄 정도였다. 주어진 강연 시간이 끝나갈 무렵, 두 작가가 관객들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온라인카지노가 쓴 문학의 비중이 커질 텐데, 여기 서울국제도서전에 온 독자들은 과연 그 작품을 진정으로 원할까"라는 것. '바둑이 예술의 영역인 줄 알았는데, 알파고를 만나고 나니 기술이었더라'며 은퇴를 선언한 이세돌처럼, 하나 둘 예술을 기술로 느끼며 떠나는 작가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해달라는 당부였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