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민회장는 암담한 현실을 극복할 색을 찾았다, 그것은 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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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김동훈의 카지노 민회장로 읽는 심리수업과수원 꽃나무에 색이 바랬다. 꽃잎이 시드니, 공허감이 밀려왔다. 아를에 있는 고대 유적이나 알프스 절경들이 들어오지 않았다. 카지노 민회장에겐 새로운 주제가 필요했다. 그때 하필 그의 생각과 편지, 펜과 붓에 고향 추억들이 넘쳐났다.
향수 어린 고향 들녘“나는 계속해서 고국을 추억한다. 갑절의 먼 거리와 지나간 옛 시간을 휘젓는 기억에는 비통함이 담겨 있다.”
고향이 그리워 슬픈 것을 ‘고향-향(鄕)’과 ‘근심-수(愁)’를 써서 ‘향수’라고 한다. 영어로는 노스탤지어(nostalgia), 그리스어의 ‘귀향(nostos)’과 ‘고통(algos)’의 합성어다. 멀리 프랑스 남부에 있는 카지노 민회장는 지금 향수에 젖어 있다.
온 동네를 어슬렁거린 보람이 있었다. 십자가 모양으로 교차하는 운하들에서부터 그 운하들에 수문을 댄 물방앗간에 이르기까지 가로수 길은 지평선으로 사라지고 벌판은 바다까지 황무지처럼 뻗어 있었다. 아를 남동쪽으로 부크 항까지 론 강을 48km까지 이어 주는 운하였다. 그 위로 활처럼 펼쳐진 하늘은 고향의 정경 그대로였다. 갈대밭과 빨래터는 고향의 들녘과 웅덩이를 떠오르게 했다.시원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운하를 따라 가로놓인 십여 개의 카지노 민회장 중에 유독 하나가 강렬했다. 배가 지날 때는 시끄럽게 삐걱거리며 중앙에서 갈라져 양쪽 강둑으로 솟아올랐고, 배가 다 지나가면 카지노 민회장는 다시 내려왔다. 마치 배가 몰고 오는 물결만으로도 아주 정확하게 길을 터주는 것처럼 거대한 목조 구조물 전체를 작동시키고 있었다. 어린 시절 신기하게 보았던 이엽식(二葉式) 도개교였다. 실제로 이 카지노 민회장는 네덜란드 방식에 따라 세워진 것이었다.
고흐는 바짝 붙어 있는 강물과 황혼을 배경으로 카지노 민회장를 바라보았다. 운하 양쪽에서 각각 카지노 민회장를 그렸는데 북쪽에서는 카지노 민회장지기인 랑글루아의 집 앞에서 작업했다. 그곳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붙여 랑글루아 카지노 민회장(Ponte de Langlois)라고 불렀다. 고흐는 시각틀과 데생 연필을 가지고 한 달 동안 이 카지노 민회장를 찾았다. 이 카지노 민회장를 주제로 유화, 수채화, 드로잉 등 총 아홉 개의 작품을 남겼다. 이젤 위에서처럼 고흐의 마음속에서도 과거가 넓게 펼쳐졌다.
뇌과학에 따르면 과거의 기쁨으로 가득한 순간을 떠올릴 때 도파민이 분비되어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향수는 뇌의 보상 시스템과 관련이 깊다.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게 될 때 우리의 뇌는 행복했던 과거를 추억하며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현재의 도전에 대해 이미 맛본 감각의 강한 끌림이 불안한 현실에 안정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제 카지노 민회장가 향수 어린 도개교에 몰입한 이유가 이해된다. 그는 지금 아를에서 겪고 있는 고통 때문에 향수병을 앓고 있다. 마치 연분홍 꽃잎이 떨어지는 것처럼 카지노 민회장의 봄날은 사라지는 것 같았다. 카지노 민회장는 함께 웃고 함께 울던 친구 에밀 베르나르와 벌인 말싸움에 짜증이 났고, 동생 테오가 다시 아프다는 소식에 심란했으며, 네덜란드 화상 테르스테이흐의 계속되는 퇴짜에 시달렸다.자신의 예민한 위장이 원하는 음식을 만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식당 주인과 다투었고 서점 주인이나 주점 지배인과 실랑이를 벌였으며 물감과 캔버스를 공급하던 상인들과도 언성을 높였다. 심지어 수하물과 운송료 문제로 우체국 직원과 시비가 붙었고 자신을 놀린다는 이유로 꼬마들과도 싸웠다. 아를에서의 낯선 삶이 시작된 지 두 달 만에 터져 나온 고백을 보자.
"미래가 고비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줄곧 이 고비를 넘길 수 있을지 자문한다."
“도개교의 묘한 실루엣은 마치 연인과 함께 마을로 향하는 뱃사람들과 같아.”
고흐는 봄의 거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이상적인 색을 원했다. 베르나르에게 보낸 카지노 민회장의 스케치에서 당시 고려 중인 색상 구성을 밝혔다.
“나는 스테인드글라스처럼 그 속에 색을 입히고 싶다. 훌륭하고 과감한 디자인을 입히고 싶다.”
이윽고 '빨래하는 여인들이 있는 아를의 랑글루아 카지노 민회장'(1888)에서 뼈처럼 볼품없던 카지노 민회장와 석조 교대는 화창한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과감히 노랑으로 바뀌었다. 땅은 황톳빛 주황과 빨강, 그리고 녹색으로 칠해졌다. 좌측 아래 삼각 구도로 놓인 갈대숲은 녹색 위에 주황으로 표현되었고 파문을 이루는 물결은 하늘과 대조를 보이며 짙은 파랑이다.
이후 그의 독특한 노랑은 더 높은 이상으로 전환되는 이미지를 창조했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에 소용돌이치는 것도, 해바라기와 밀밭에도 넘실대는 것도 노랑이었다. 카지노 민회장의 노랑은 과거의 감정과 경험을 현재에 재해석하고 고통을 승화시키는 희망을 담아냈다.
필자는 카지노 민회장의 노랑을 현실을 극복하려는 향수의 이상향으로 본다. 카지노 민회장가 아를로 내려온 것도 이상적 색채를 찾아온 것이었다. 비록 ‘꽃핀 복숭아나무’에서 출세에 대한 핑크빛 꿈을 꾸었지만, 미술계에서는 어떤 반응도 없었고 이제 꽃잎은 지고 한껏 부풀었던 기대도 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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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세월 속에서 색 바랜 카지노 민회장는 늘 무채색이었다. 그런데 고흐는 오히려 노랑이 이름이 되어 나무의 분위기(mode)를 바꾸게 했다. “랑글루아 카지노 민회장는 하얗다.”가 아니라 “노랑이 랑글루아 카지노 민회장에 입혔다.” 이름의 자리에 당당히 놓인 노랑은 랑글루아 카지노 민회장를 현재의 물리적 한계에 머물지 않게 했다. 고흐에게 노랑은 현실의 고통을 승화시키는 동시에 자신의 인생에서 지나쳐 버린 낙원이었다. 과거에 경험한 노랑으로 상징된 좋은 감정이 불안한 미래의 분위기를 전환했다. 이제 미래의 분위기만 노랑이 아닌 미래 자체를 노랑으로 구현할 현실의 실천이 고흐에게 남은 과제였다.
오늘 너랑 나랑 노랑 (나비같이)
오늘 너랑 나랑 노랑 (훨훨)
나풀 나풀 나풀 날아 (Dance like 봄봄봄)
―매드 클라운, 「너랑나랑노랑」 가사에서
우리의 노랑은 사라진 게 아니다. 아픈 현실에 억압되지 않는 한 우리의 노랑은 여전히 살아있다. 이미 끝났다고 체념한 카지노 민회장, 하지만 그에게로 넘어갈 카지노 민회장에 노랑을 얹어 놓자.“내 이름은 노랑!”
김동훈 인문학연구소 ‘퓨라파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