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메이저카지노, 한 시대를 돌아보기-우리에게 와준 고마운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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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이재현의 탐나는 책
후쿠시마 료타, 메이저카지노 상상력』, 안지영 옮김, 리시올, 2024

개별 작품이 아니라 작가에게 주는 노벨메이저카지노상은 한 명의 작가가 하나하나 써 내려간 글들이 족적이 되고 그처럼 두텁게 다진 땅이 곧 다채로운 존재들이 솟아나고 살아가는 숲의 토대가 된다는 진실을 예증한다. 그런 작가들이 하나둘 모여 언어권을 이루고 만들어낸 세계는 얼마나 무성하고 빽빽할 것인지. 그러므로 한 해를 제대로 결산해보겠다고, 아니 10년을, 한 세대를 톺아보겠다고 한다면 어지간한 성실함과 자신감이 아니고서는 엄두조차 나지 않을 텐데, 그걸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 소중한 일례가 『나선형 상상력』이라는 이름으로 올해 우리에게 찾아왔다.『부흥 문화론』으로 눈 밝은 한국 독자들에게도 인상을 각인시킨 바 있는 비평가 후쿠시마 료타는 『나선형 상상력』에서 헤이세이 시기(1989~2019)의 일본메이저카지노을 말 그대로 장악하려는 시도를 전개한다. 논픽션의 경우 목차를 보면 이 책은 어떤 책인가를 대강 알 수 있다. 작가가 미리 자신의 뜻을 논리정연하게 배치해둬야 글이 잘 이어지기 마련이고, 다 쓴 뒤에는 그것이 자연스레 차례가 될 테니까.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차례는 간혹 그럴싸한 탐나는 단어들을 던져놓는 미끼가 되어 뻔한 말을 늘어놓는 본론을 감추기도 한다. 그러나 『나선형 상상력』의 차례를 일별하면서는 눈앞이 흐려지고 가슴이 뛰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내 반응은 후쿠시마 료타라는 비평가, 그리고 리시올이라는 출판사에 대한 신뢰—특히 펴내는 매 책마다 리시올이 출판사 채널에서 덧붙이는 상세한 보론들은 업계 종사자로서도 독자로서도 귀하게 일독할 만하다—가 전제되어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었지만, 실제로 책을 펼친 뒤 하나하나 페이지를 접고(책에 밑줄은 못 치는 편) 필타와 메모를 하느라 손가락이 뻐근할 정도였다. 여러 작가들의 책들이 날렵하게 등장하여 정보값이 빽빽할뿐더러 개별 장들의 겅중겅중 뻗어나가면서도 그 유기적인 논리 전개는 다른 장들과도 긴밀하게 맞물린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은 한 세대의 메이저카지노을 감히 포괄하려 드는 것이다.이 책에 대한 웹 상과 주변의 반응에서 한결같았던 것은 다른 나라의 이야기인데도 우리의 경우를 겹쳐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오늘날 소설이 '이야기’를 점차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비인간 존재를 주목하거나, 에세이 형식으로 다른 방식의 이야기를 도모하고 있다는 것, 정치와 메이저카지노이 분기되었다가 재결합한 이면에는 자기 부정의 민족주의가 힘을 잃고 자기 긍정 서사가 득세하는 경향이 연관되었다는 것, SNS의 영향으로 '자기 이야기’에 대한 욕구가 점증하는데 SNS 속의 편집된 자신의 모습을 반영하는 서사가 '신뢰할 수 없는 서술자’와 맞닿는다는 것, 독자의 반응에 주목하는 경향이 작가와 독자로 하여금 서로 1인칭 '나’를 두고 나르시시즘적 소통 게임을 펼치게 한다는 것 등, 값진 분석이 곳곳에 알알이 박혀 있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커다랗게 살펴보는 시선 외에도 좋아하는 소설들을 빗대어 다시 읽어볼 만한 분석틀을 얻을 수 있기도 했다. 원전 사고 이후의 무력감—특히 소설을 쓴다는 것에 대한—에 대한 내용과, 비인간 존재가 인간 화자를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소설에 대한 분석메이저카지노 나는 박솔뫼의 『겨울의 눈빛』 속 단편들을 떠올렸다. 소설에선 원전 사고로 인해 원래는 이곳에 존재하지 않아야 할 존재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해맑은 눈으로 사람을 위무하는 그 존재들을 바라보면서도, 그들을 손쉽게 동정함으로써 거짓된 자기 위로를 구하지는 않으려고 노력하는 화자의 태도는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박솔뫼의 소설적 입장이다.
2024년에도 좋은 책이 많았다, 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한 권 한 권 떠올릴 때마다 어떻게 이곳에 찾아와주셨어요, 무척 감읍하게 된다. 그리고 각 책들이 소중한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서로 대체될 수 없이 다른 역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테다. 다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기에 마지막으로 한 권의 책을 읽는다면, 한 세대와 그들이 보낸 30년의 시간을 따스한 애정으로 살펴보는 이 책이 제격이지 않을까.
이재현 메이저카지노동네 국내메이저카지노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