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과 '카지노 민회장 1964년 겨울' 품은 최고의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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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김기태의 처음 책 이야기전후(戰後) 세대를 초월한, 거대 문명사회를 향한
김승옥 소설집, 카지노 민회장 1964년 겨울, 창우사, 1966년 2월 5일 발행
'한국의 장 콕토' 김수용(1941~)
원작카지노 민회장 한 김수용의 '안개'
직접 각색 맡으며 영화계 발 들여
'장군의 수염', '어제 내린 비' 등 시나리오 집필
초판본 표지로
프랑스 화가 장 뒤퓌페(Jean Dubuffet) 그림
내지에는 카지노 민회장 손글씨 들어가
개인의 조용한 외침에 귀 기울인 작가
김승옥(金承鈺, 1941~) 같은 작가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에 산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던 적이 있다. 여기서 '자랑스럽다'가 아니라 '자랑스러웠던 적이 있다'고 쓴 까닭은 여전히 그 마음은 변함없지만 '김승옥'을 뛰어넘는 작가들이 줄지어 나오기를 고대하는 마음 때문이다. 그 자랑스러움은 1966년 2월 창우사(創又社)에서 발행된 소설집 『카지노 민회장 1964년 겨울』*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소설집에는 모두 11편의 중·단편이 들어 있는데, 실린 순서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생명연습(生命演習)
- 들놀이
- 카지노 민회장(霧津紀行)
- 확인(確認)해본 열다섯 개의 고정관념(固定觀念)
- 건(乾)
- 역사(力士)
- 싸게 사들이기
- 수술(手術)
- 차나 한 잔
- 카지노 민회장, 1964년 겨울
- 환상수첩(幻想手帖)
이 중에서도 특히, 우리나라 현대 단편소설 중에 백미(白眉)로 꼽히는 「무진기행(霧津紀行)」과 「카지노 민회장, 1964년 겨울」 속의 빛나는 표현들은 지금 보아도 눈이 부시다. 예컨대, 「무진기행」 도입부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표현이 그렇다.(원문을 그대로 옮김)
카지노 민회장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 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카지노 민회장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카지노 민회장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 당해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恨)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女鬼)가 뿜어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써는 그것을 헤쳐버릴 수가 없었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싸았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놓았다. 안개, 카지노 민회장의 안개, 카지노 민회장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카지노 민회장의 안개, 그것이 카지노 민회장의 명산물이 아닐 수 있을까!
특히, 상습적으로 출몰하는 ‘안개’를 ‘밤 사이 진주해온 적군들’로 직유(直喩)한 표현은 언제 보아도 탄복스럽다. 이 작품은 카지노 민회장 10월 《사상계》에 발표된 김승옥의 대표작으로, 한 개인이 성공가도를 달리던 중에 벌이는 귀향(歸鄕)과 이내 고향을 등지게 되는 과정을 통해 문명화로 치닫는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특수성이 존중받을 수 없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결국 이 작품은 ‘안개’로 상징되는 허무한 이상(理想)에서 벗어나 ‘현실’이라는 일상 공간으로 돌아오는 어느 개인의 귀향 체험을 통해 개인적 일탈을 허락하지 않는 사회조직 속에서 소외당한 현대인의 고독을 처연하게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이 작품에 등장하는 ‘무진’은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작품을 위해 꾸며진 곳으로 알려져 있어서 더욱 상징성이 짙다.
"안형, 파리를 사랑하십니까?"
"아니요, 아직까진……" 그가 말했다. "김형은 파리를 사랑하세요?”"
"예."라고 나는 대답했다. "날을 수 있으니까요. 아닙니다. 날을 수 있는 것카지노 민회장서 동시에 내 손에 붙잡힐 수 있는 것이니까요. 날을 수 있는 것카지노 민회장서 손 안에 잡아본 적이 있으세요?"
"가만 계셔 보세요." 그는 안경 속에서 나를 멀거니 바라보며 잠싯 동안 표정을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말했다. "없어요, 나도 파리 밖에는……"
"김형, 꿈틀거리는 것을 사랑하십니까?" 하고 그가 내게 물었던 것이다.
"사랑하구 말구요." 나는 갑자기 의기양양해져서 대답했다. 추억이란 그것이 슬픈 것이든지 기쁜 것이든지 그것을 생각하는 사람을 의기양양하게 한다. 슬픈 추억일 때는 고즈너기 의기양양해지고 기쁜 추억일 때는 소란스럽게 의기양양해진다."평화시장 앞에 줄지어 선 가로등들 중에서 동쪽카지노 민회장부터 여덟 번째 등은 불이 켜 있지 않습니다……" 나는 그가 좀 어리둥절해 하는 것을 보자 더욱 신이 나서 얘기를 계속했다.
"……그리고 화신백화점 육층의 창들 중에서는 그 중 세 개에서만 불빛이 나오고 있었읍니다……"
<중략
"서대문 뻐스 정거장에는 사람이 서른 두 명 있는데 그 중 여자가 열 일곱 명이었고 어린애는 다섯 명 젊은이는 스물 한 명 노인이 여섯 명 입니다."
"그건 언제 일이지요?"
"오늘 저녁 일곱시 십오분 현재입니다."
그렇다면 이 작품에 등장하는 세 청년은 마치 '외젠 이오네스코(Eugene Ionesco, 1909~1994)'의 부조리 연극 '대머리 여가수'라도 보는 것처럼 왜 이렇듯 의미 없는 대화에 몰두하는 걸까? 아마도 세 사람의 인물 특성을 살펴보면 작가의 치밀한 의도를 짐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 김씨이며 시골 출신이고 육군사관학교를 지원했다가 실패한 후 구청 병사계에서 일하고 있다. 사내의 일과 엮이지 않기 위해 여관에 들어가면서 숙박계에 거짓 정보를 쓴다.
안: 대학원생이자 부잣집 장남이다. '나'와 함께 술을 마시면서 서로 자신만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사내가 자살할 것을 예상했고, 다음 날 아침 '나'에게 사내를 두고 빨리 여관에서 도망치자고 한다.
사내: 급성 뇌막염카지노 민회장 죽은 아내의 시신(屍身)을 세브란스병원에 카데바(해부실습용 시신)로 팔고 죄책감을 느낀다. 카데바 값카지노 민회장 받은 사천 원을 중국집에서 음식을 먹고, 귤을 사 먹고, '안'과 '나'에게 넥타이를 사주는 등 이리저리 쓰고, 나머지는 화재 현장에서 불길 속에 던져버린다. 이렇게 아내 시신 판 돈을 다 쓰고 여관 방에서 자살한다.
결국 작가는 등장인물들을 정확하게 호명하지 않고 '김씨', '안씨', '사내' 등카지노 민회장 익명화함카지노 민회장써 그 시대를 살았던 대중들의 모든 특징을 상징적카지노 민회장 담아내려 한 것카지노 민회장 보인다.
천재적인 창작성으로 한국 단편카지노 민회장의
미학을 한 단계 드높인 작가작가 김승옥은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했다. 1945년 광복과 함께 귀국하여 전라남도 순천(順天)에서 성장했고, 순천고등학교와 카지노 민회장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단편소설 「생명연습」이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한 1962년에 김현(金炫, 1942~1990), 최하림(崔夏林, 1939~2010) 등과 함께 동인지 《산문시대(散文時代)》를 창간하고 이 문예지에 「건(乾)」, 「환상수첩」 등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64년 「역사(力士)」, 「무진기행」 등을 발표하며 전후(戰後) 세대를 넘어선 작가로 문단의 인정을 받았고, 1965년 「카지노 민회장, 1964년 겨울」을 발표함으로써 196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우뚝 섰다. 이후 인간의 원초적 생명력 회복을 희구하는 주제를 다룬 작품 「60년대식」, 「다산성(多産性)」, 「야행(夜行)」, 「강변부인」 등을 발표했고, 1970년대에 들어와서는 1977년 「카지노 민회장의 달빛 0장」과 1979년 「우리들의 낮은 울타리」 등을 발표했다.
이후로 김승옥은 영화 '장군의 수염'(1968), '어제 내린 비'(1974), '영자의 전성시대'(1975), '겨울여자'(1977) 등의 시나리오를 썼다. 김호선(金鎬善, 1941~)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장미희가 주연을 맡았던 조해일(趙海一, 1941~2020) 원작의 '겨울여자'는 당시 카지노 민회장에서 관객 57만 명을 동원했는데, 이 기록은 1990년 '장군의 아들'이 흥행 신기록을 낼 때까지 12년간 깨지지 않았다. 이어령 원작의 '장군의 수염'으로 제7회 대종상 각본상을 수상했으며, 그가 시나리오를 쓴 영화들은 ‘한국의 장 콕토 김승옥 각본’이라는 문구를 포스터에 대문짝만하게 써붙일 정도였다고 한다.
앞서 살펴보았던 「무진기행」이나 「카지노 민회장, 1964년 겨울」을 보면 마치 세상살이에 달관한 듯한 농익은 문체로 등장인물들의 면면에 관계없이 능숙한 표현들을 선보이고 있지만, 기실 「무진기행」을 발표한 1964년에 김승옥은 만 스물네 살의 청년이었다. 이 작품은 언젠가 우리 평론가 50인이 선정한 역대 한국 단편소설 최고의 작품으로 뽑힐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내친김에 김승옥은 같은 해 「카지노 민회장, 1964년 겨울」을 발표하여 제10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하게 되는데, 이는 역대 최연소 수상 기록으로 남아 있다. 한마디로 우리 문단의 새로운 천재가 나타난 셈이었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1970년대에도 교류를 이어가게 되는데, 그 접점에는 김승옥의 문학적 천재성을 알아본 이어령 선생의 남다른 안목이 있었다. 대학생 시절부터 가난에 시달리던 김승옥은 이후로도 별다른 변곡점 없이 빈둥거리는 삶을 살고 있었는데, 1970년대 들어와 문예지 《문학사상》의 발행인을 맡고 있던 이어령 선생은 그런 김승옥을 납치하다시피 어느 호텔로 불러들였다고 한다. 호텔방을 이른바 '글감옥'으로 삼아 옆 방에 문학사상사 편집부 기자를 상주시키고, 김승옥으로 하여금 소설을 쓰도록 감시했다는 것. 그렇게 완성된 작품이 바로 「카지노 민회장의 달빛 0장」이었단다. 이 작품으로 김승옥은 1977년에 제1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초판본에 담긴 책의 특징과
책을 만든 사람들
김승옥 소설집 『카지노 민회장 1964년 겨울』 초판본은 일반적인 5✕7판 크기에 양장본으로 책함(冊函)에 들어 있다. 책함을 뒤덮고 있는 상자화(箱子畵)는 장 뒤뷔페(Jean Dubuffet)의 그림이며, 앞쪽에는 책 제목 '카지노 민회장 1964년 겨울'이 선명한 붉은색으로 상단에 자리 잡았고, 작가 이름은 한자로 하단 오른쪽에 표기되어 있다. 뒤쪽에는 세로 표기로 이 책에 실린 작품 제목이, 하단에는 '1965년도 동인문학상 수상작가 소설집'이란 한자 표기와 함께 그 아래에 출판사 이름이 적혀 있다.
이쯤에서 김승옥 작가와 필자의 인연을 담은 삽화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대학에 와서 처음 연구년(일명 '안식년'이라고도 한다)을 보내고 있던 2016년 어느 여름날, 우연히 김승옥 선생이 카지노 민회장 혜화동 어느 미술관에서 수채화 전시회를 연다는 소식을 들었다. 문득 말을 잃고 글 쓰는 펜 대신 그림 그리는 붓을 든 노작가의 심사(心思)가 궁금해졌다. 내가 문학도로 살았던 젊은 시절부터 흠모해 마지않았던 작가이기에 꼭 가보고 싶었다. 이윽고 미술관에서 만난 노작가는 정말로 말없이, 그러나 만면에 함박웃음을 머금은 채 수첩을 꺼내 들고는 필담(筆談)으로 나와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이 글을 마무리하려고 보니 이 책에서 작품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작가의 '후기(後記)'가 뒤늦게 시선을 끈다. 그리고 거기서 노작가의 심중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던, 청년 시절부터 한결같이 간직해 왔던 마음을 엿보았기에 여기 모두 적어둔다. 아무쪼록 잃어버린 글과 말의 세월보다 더 오래도록 강건하시길 빈다. 김기태 출판평론가/처음책방 대표
後記
한 학기 등록금을 마련할 수가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면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했던 「생명연습」이, 당선된 것은 고마운 일이었지만, 사회적 신분에 대한 나의 포부를 바꾸게 해버린 것은 전연 뜻밖의 일이었다. 허기야, 당선된 이후 그러니까 대학 3학년 이후부터의 내 생활이 나로 하여금 카지노 민회장 쓰는 일에나 재미를 붙일 수밖에 없도록 나를 몰아세우지 않았더라면 신춘문예쯤 당선됐다고 계속해서 원고용지 앞에 엎드려 있지는 않았을 것을 생각하면 엉터리 카지노 민회장 「생명연습」 또는 한 학기 등록금을 원망할 이유는 없다.
이젠, 한국 문단의 계관(桂冠)이라는 '동인문학상'까지 받아 놓았으니 끝장이 날 때까지 '쇼'를 계속해야 할 모양이다. 그러나 손님들이 웃지 않는 때가 오면 언제든지 집어치워버릴 각오를 하고 있다.
나의 이 얘기가 너무 무례하고 너무 무책임해 보일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나는 내 자신을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세상에는 타인에 의해서 자기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바로 거기에 속해 있는 것이다. 좀 용기를 내어서 얘기한다면, 우리 세대, 이어령 씨가 말하고 있는 '제3세대'의 사람들은 모두가 거기에 속해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들은 외계에 재빠르게 반응할 뿐이지, 무엇인가를 내부에서 만든 후에 그것을 외계에 대하여 밀고 나갈 줄을 모르는 족속 같다.
왜 우리에게라고 내부에 생기는 무엇이 없겠는가. 다만 옛날 사람들처럼 우직하지가 못할 뿐이다. 우리에게 던져진 먹이는 다만 단순한 의미에서의 '생활'뿐이기 때문인 것이다. 우리들의 그 '생활'을 유지시켜주는 것을 구태여 찾자면, 우리의 일부에게는, 옛날 사람들은 그렇게도 낯설어 했던 기독교적 정신 또는 합리주의가, 일부에게는 배금사상(拜金思想)이, 일부에게는 상업 공부를 한 민족주의가 그것들이다. 생활하기에는 그만한 것들로써도 충분한 것이다.
우리가 차라리 행복한지도 모른다. 어느 때보다도 타인과 자기를 합일시키려 하고 그래서 어느 때보다도 고독하다는 이유로써 말이다. 고독한 자들은 많은 것을 탐내지 않는다. 남을 가르치려 하지 않고 남에게서 배우려고 할 뿐이다. 항상 등 뒤엔 깊고 물살 빠른 강물을 두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필요한 때는 언제든지 카지노 민회장 쓰는 일을 그만둔다는 생각을 행복한 느낌의 부축을 받아 가며 한다.
최근 나는 몇 군데 신문에, 제벌 강경한 투의 글을 씀카지노 민회장써 패기만만한 신인처럼 행세한 '쇼'를 부렸다. 요즘 나는 그것에 대한 외계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그 반응에 의해서 또 나는 나를 만들어 갈 것 같다. 무척 쓸쓸한 기분이 되어 기다리고 있다. 혹시라도 요란한 박수 소리가 내 주변에서 일어날지도 모르므로 이 쓸쓸함은 견디고 있어야겠지.이 책이 백만 부쯤 팔림카지노 민회장써 창우사의 황 사장님께 폐를 끼치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 1966년 1월 金承玉
* 이 책의 표지에는 ‘카지노 민회장 1964년 겨울’로, 본문 중 작품 제목에는 ‘카지노 민회장, 1964년 겨울’로 표기되어 있어서 쉼표가 있거나 없다. 따라서 여기서는 소설집으로서의 책 제목은 『카지노 민회장 1964년 겨울』로, 단편소설 작품 제목은 「카지노 민회장, 1964년 겨울」로 표기한다.한 학기 등록금을 마련할 수가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면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했던 「생명연습」이, 당선된 것은 고마운 일이었지만, 사회적 신분에 대한 나의 포부를 바꾸게 해버린 것은 전연 뜻밖의 일이었다. 허기야, 당선된 이후 그러니까 대학 3학년 이후부터의 내 생활이 나로 하여금 카지노 민회장 쓰는 일에나 재미를 붙일 수밖에 없도록 나를 몰아세우지 않았더라면 신춘문예쯤 당선됐다고 계속해서 원고용지 앞에 엎드려 있지는 않았을 것을 생각하면 엉터리 카지노 민회장 「생명연습」 또는 한 학기 등록금을 원망할 이유는 없다.
이젠, 한국 문단의 계관(桂冠)이라는 '동인문학상'까지 받아 놓았으니 끝장이 날 때까지 '쇼'를 계속해야 할 모양이다. 그러나 손님들이 웃지 않는 때가 오면 언제든지 집어치워버릴 각오를 하고 있다.
나의 이 얘기가 너무 무례하고 너무 무책임해 보일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나는 내 자신을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세상에는 타인에 의해서 자기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바로 거기에 속해 있는 것이다. 좀 용기를 내어서 얘기한다면, 우리 세대, 이어령 씨가 말하고 있는 '제3세대'의 사람들은 모두가 거기에 속해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들은 외계에 재빠르게 반응할 뿐이지, 무엇인가를 내부에서 만든 후에 그것을 외계에 대하여 밀고 나갈 줄을 모르는 족속 같다.
왜 우리에게라고 내부에 생기는 무엇이 없겠는가. 다만 옛날 사람들처럼 우직하지가 못할 뿐이다. 우리에게 던져진 먹이는 다만 단순한 의미에서의 '생활'뿐이기 때문인 것이다. 우리들의 그 '생활'을 유지시켜주는 것을 구태여 찾자면, 우리의 일부에게는, 옛날 사람들은 그렇게도 낯설어 했던 기독교적 정신 또는 합리주의가, 일부에게는 배금사상(拜金思想)이, 일부에게는 상업 공부를 한 민족주의가 그것들이다. 생활하기에는 그만한 것들로써도 충분한 것이다.
우리가 차라리 행복한지도 모른다. 어느 때보다도 타인과 자기를 합일시키려 하고 그래서 어느 때보다도 고독하다는 이유로써 말이다. 고독한 자들은 많은 것을 탐내지 않는다. 남을 가르치려 하지 않고 남에게서 배우려고 할 뿐이다. 항상 등 뒤엔 깊고 물살 빠른 강물을 두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필요한 때는 언제든지 카지노 민회장 쓰는 일을 그만둔다는 생각을 행복한 느낌의 부축을 받아 가며 한다.
최근 나는 몇 군데 신문에, 제벌 강경한 투의 글을 씀카지노 민회장써 패기만만한 신인처럼 행세한 '쇼'를 부렸다. 요즘 나는 그것에 대한 외계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그 반응에 의해서 또 나는 나를 만들어 갈 것 같다. 무척 쓸쓸한 기분이 되어 기다리고 있다. 혹시라도 요란한 박수 소리가 내 주변에서 일어날지도 모르므로 이 쓸쓸함은 견디고 있어야겠지.이 책이 백만 부쯤 팔림카지노 민회장써 창우사의 황 사장님께 폐를 끼치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 1966년 1월 金承玉
** 이후로도 「카지노 민회장」은 1974년에 ‘황홀’, 1986년에 ‘무진 흐린 뒤 안개’라는 제목의 영화로 각색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