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카지노 밖 세상을 동경한 완벽한 존재

[arte] 최승연의 뮤지컬 인물 열전

뮤지컬
대본/작사. 김수민 | 작곡. 이다솜 | 연출. 성종완 | 제작. 스튜디오선데이

라파치니의 온라인카지노에 갇혀 사는
독성을 가진 몸의 베아트리체

괴물이지만 영혼은 깨끗한 그녀의
아름답고 숭고한 마지막 선택
2025년 신작 <라파치니의 온라인카지노은 왠지 낯익다. 공연을 보면서 어떤 작품이, 어떤 인물이 자꾸 떠오른다. ‘광기에 사로잡힌 과학자’ 라파치니는 지킬 그리고 빅터와 겹치며 그의 ‘피조물’ 베아트리체는 하이드, 앙리-괴물의 변종처럼 보인다. 이렇듯 공연은 <지킬 앤 하이드, <프랑켄슈타인의 자장 안에 있다. 의학을 탐구하는 과학자, 그로 인해 탄생 되는 존재, 두 인물의 갈등으로 파국에 빠지는 전개, 어둡고 날이 서 있는 극의 분위기, 드라마틱한 음악 스타일 등 공통된 요소들이 많다.
뮤지컬 &lt;라파치니의 온라인카지노&gt; / 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서울사진관
또 다른 공통점도 있다. <라파치니의 온라인카지노 역시 소설 원작 뮤지컬이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The Strange Case of Dr. Jekyll & Mr. Hyde(1886)를 각색한 <지킬 앤 하이드(1997 브로드웨이, 2004 한국), 메리 셜리의 Frankenstein(1818)을 각색한 <프랑켄슈타인(2014)처럼, <라파치니의 온라인카지노은 나다니엘 호손의 단편 소설 <라파치니의 딸(Rappaccini’s Daughter)(1844)을 각색했다.하지만 세 작품의 유사성은 단순히 소설을 각색했기 때문이 아니라 ‘과학’을 화두로 인간 온라인카지노의 본질적 측면들을 탐구하는, 알레고리적 특성이 강한 원작을 사용했다는 측면에서 만들어진다. 뮤지컬은 다층적 해석에 열려있는 소설을 나름의 시선으로 변형시켰는데, 세 작품 모두 ‘큰 사건’을 발생시키는 인물의 행동에 강력한 극적 동기를 마련해 그들을 구체화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흥미로운 것은 그 기저에 모두 ‘가족 상실’의 상처가 있다는 점이다.

성장하는 피조물, 베아트리체

하지만 <라파치니의 온라인카지노은 베아트리체라는 여성 인물을 통해 기존의 방식을 비껴간다. 베아트리체에게 최종 미션을 줌으로써 원작 소설과도 다른 길을 걷는다. 극적 설정은 원작과 동일하다. 베아트리체는 라파치니가 인공적으로 완성하고자 했던 ‘온라인카지노’ 안에서 몸 안에 피와 독이 함께 흐르는 존재로 살고 있다. 그녀에게 주어진 일은 온라인카지노의 꽃을 마치 자매처럼 가꾸는 것이다. 완벽하고 이상적인 세계-온라인카지노 안에서 순수하고 예쁜 아이와 같은 모습으로 지내면 되는, 그런 삶이다.
뮤지컬 &lt;라파치니의 온라인카지노&gt; / 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서울사진관
문제는 베아트리체가 온라인카지노을 벗어나 진짜 세상을 경험하려는 자유의지를 갖게 되면서 발생한다. 우연히 온라인카지노으로 들어온 지오바니는 트리거가 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지오바니의 ‘그림’에 의해, 베아트리체는 에덴과 같은 온라인카지노의 인공성을 넘어선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감각하고 추구하게 된다. 파도치는 바다, 분주한 광장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움’과 엄마가 아이를 안고 있는 형상에서 보이는 ‘따뜻함’은 베아트리체의 감각을 확장시킨다.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베아트리체는 감각과 세계가 확장될수록 자신에게 거세되어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접촉의 부재다. 베아트리체는, 독을 품고 있는 온라인카지노의 꽃 외에 어떤 것도 직접 만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누구의 접촉도 불가능한 ‘불구의 몸’이라는 정체성의 감각을 갖는다. 아버지 라파치니의 피조물인 ‘몸’은 온라인카지노 밖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갑옷이자 무기로 완벽했으나, 베아트리체의 정신은 이를 거부한다. 지오바니와 ‘함께’ 춤출 수 없고, 그에게 자신은 향기 속에 가려진 ‘마녀’일 뿐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뮤지컬 &lt;라파치니의 온라인카지노&gt; / 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서울사진관
인간다움을 지키는 길하지만 이것이 다가 아니다. 베아트리체는 앞으로 더 전진해 결국 최초의 진실에 접근한다. 자신이 온라인카지노 불구의 몸이 된 것은, 이방인 엄마를 마녀로 몰아서 죽인 근본주의자들 때문이었다. 엄마의 자유로움은 야만으로 규정됐고 기성의 질서는 진짜 야만의 상태에 빠져 엄마를 죽였다. 베아트리체의 몸은 라파치니의 절규와 사랑이 한데 엉겨 붙은 실험체로 탄생한 것이었다. 자신의 괴물성은 한계를 넘어서는 아버지의 경험이 잉태한 것이었다.

베아트리체는 결국 창조자 아버지를 죽이고 스스로를 파괴함으로써 자신을 완성한다. 세상을 꽃의 독으로 멸살하려는 아버지에게 손을 뻗어 접촉하고 그를 부드럽게 안아, 모든 것을 중단시킨다. 이 마지막 장면에서 베아트리체는 거세되었던 어머니-아내의 ‘따뜻함’을 복원함으로써 자신의 괴물성을 넘어선다. 불타는 온라인카지노을 빠져나오지 않은 베아트리체가 끝까지 지키고 싶었던 ‘인간의 영혼’은 자기 몸을 파괴하고 초월하려는 의지로 미래에 남겨진다.
뮤지컬 &lt;라파치니의 온라인카지노&gt; / 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서울사진관
<라파치니의 온라인카지노은 이렇듯 베아트리체라는 여성-괴물-피조물의 마지막 선택을 아름답고 숭고하게 그려냄으로써 같은 계열의 작품들 안에서 차이를 만든다. 베아트리체가 인간의 몸을 입고 자유롭게 춤출 수 있는 세상은 가능한 것일까? 똑같은 괴물이 되어 혼돈 속에서 살아남은 단 한 사람, 지오바니의 절대 고독 속에 던져진 미래가 안타깝고 스산하다.
뮤지컬 &lt;라파치니의 온라인카지노&gt; / 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서울사진관
최승연 뮤지컬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