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카지노 사태에 MBK 책임론 부상…"인수 후 자산 4조 매각"

고려아연 "경영능력 의구심…핵심온라인카지노 쪼개팔기·기술유출 우려"
온라인카지노가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서울 시내 한 온라인카지노 매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내 2위 대형마트 온라인카지노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의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2015년 인수 후 주요 점포를 매각해 4조원이 넘게 거둬들인 상황에서 뚜렷한 자구노력 없이 기업회생 절차에 기댔다는 지적이다. MBK·영풍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 측에서는 MBK가 경영권 인수에 성공할 경우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MBK는 2015년 영국 테스코에서 온라인카지노 지분 100%를 7조2000억원에 인수한 후 20여 곳의 매장 등을 매각, 약 4조원을 확보했다. 2016회계연도(2016년3월~2017년2월)부터 2023회계연도(2023년3월~2024년2월)까지 유형자산과 매각예정자산, 투자부동산 등을 처분해 4조1130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이는 MBK가 인수 과정에서 약 5조원을 빌리는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한 탓에 10년간 점포 매각 등으로 빚을 갚고 배당을 받는 등으로 투자 원금 회수에 주력한 결과란 분석이다. 2020년 140개에 달하던 온라인카지노 매장은 지난해 말 126개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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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은 금융비용 부담과 대규모 유형자산 처분 및 미약한 투자, 전자상거래(e커머스) 급성장에 맞물린 유통업 판도 변화는 끝내 온라인카지노의 경쟁력 악화로 이어졌다. 온라인카지노는 2021년부터 매년 1000억~2000억원대 적자를 냈다. 최근 3개 회계연도 모두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해당 기간 부채비율은 각각 663.9%, 944.0%, 3211.7%로 치솟았다. 이는 신용평가사들이 등급하락을 결정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온라인카지노는 지난달 말 신용평가회사가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강등해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회생을 통한 금융권 부채 조정을 결정했다. 온라인카지노 최대주주인 MBK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운전자금 확보에 빨간불이 켜지자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선 것. 서울회생법원은 4일 온라인카지노가 신청한 기업회생절차를 받아들여 이날부터 절차를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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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온라인카지노 기업회생 절차 개시 결정으로 메리츠금융(1조2000억원) 등 거액의 인수 대금을 빌려준 금융권은 당분간 대출금 회수가 난망한 상황이 됐다. 또한 온라인카지노는 기업회생을 신청하기 직전인 지난달까지도 기업어음(CP)을 발행해 투자자를 상대로 판매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MBK가 뚜렷한 자구 노력을 하지 않고 기업회생 절차에 기댔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온라인카지노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고려아연 인수·합병(M&A)이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려아연 측에서는 김광일 MBK 부회장이 온라인카지노의 대표이사로 근무하고 있다는 점 등을 지목하고 나섰다. 고려아연 측은 "김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의구심이 커진 상황"이라며 "(고려아연 인수 시) 핵심 자산 쪼개 팔기와 기술 유출, 또 이로 인한 심각한 산업 경쟁력 훼손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