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보다가 잼을 카지노리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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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0
맛있는 미술관
놀라운 건 이 카지노리거이 판화라는 점이다. 1965년 핀란드에서 태어난 레흐토의 카지노리거 세계는 일상의 정물을 담은 다색 판화로 이뤄져 있다. 미술에 전혀 조예가 없더라도 이 다채로운 색을 표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켜를 쌓았을까 생각하면 실로 경이롭기까지 하다. 반사됐다는 설정에 판화라는 매체까지 맞물려 지극히 일상적인 정물이 거의 숭고할 지경으로 승화되는 게 레흐토와 이 카지노리거의 매력이다.작품이 아름다워 나도 모르게 정물의 다음 순간을 생각하게 된다. 재료 준비가 거의 다 끝난 듯 보이니 아무래도 잼을 카지노리거는 상황이 되겠다. 과연 잼은 잘, 맛있게 끓여졌을까? 마멀레이드 같은 별칭도 있지만 잼은 궁극적으로 ‘프리저브(preserve)’, 즉 재료의 보존을 위한 조리법이다. 말하자면 지금처럼 냉동 및 냉장 기술이 발전하기 이전에 과일을 제철 외에도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도록 방부 처리를 한 음식이 잼이다.
말하자면 생선을 소금에 절이듯 많은 양의 설탕을 과일에 더해 카지노리거면 높은 당도 덕분에 미생물이 발생하지 않는 원리인데, 덤으로 걸쭉해지기까지 한다. 이는 조리 과정에서 수분이 날아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과일이 함유한 고리형 다당류인 펙틴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응고된’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πηκτικός’(펙티코스)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데서 알 수 있듯 펙틴은 액체를 젤리 같은 상태로 굳혀 준다.
작품은 보는 이들에게 ‘과일을 카지노리거면 펙틴이 나오고…그렇다면 집에서 잼을 끓여 보고 싶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음식평론가로서 도시락을 싸 들고 말리고 싶다. 요즘 생산되는 과일의 상태는 잼 조리에 적합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생식을 바탕으로 품종이 개량돼 있어 단맛과 신맛의 균형이 맞지 않고 수분 함유량도 높다.따라서 설탕을 더해 카지노리거면 금속성의 맛이 나는 멀건 수프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잼이라면 이 작품에 등장하는 것처럼 바로 떠오를 사과부터 딸기, 그리고 무화과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과일이 마트에서 파는 것 자체로는 실격이다. 그나마 국내에서 재배하지 않는 오렌지 정도라면 마멀레이드를 만들어 볼 만한데, 그래도 딱히 권하고 싶지 않은 건 대량 조리한 기성품이 훨씬 맛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잼은 어떻게 고르는 게 좋을까? 재료의 가짓수가 적을수록 좋다. 기본 재료인 카지노리거과 설탕 외의 다른 재료는 대체로 결점을 감추기 위해 더한다. 농도를 맞추기 위해 펙틴이나 레몬즙 같은 산을 더하는 수준이라면 괜찮지만 건강을 추구한답시고 더하는 다른 카지노리거의 즙 등은 잼의 재료로서 실격이다.
이용재 카지노리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