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프리즘] 못 미더운 '카지노 뽀찌 새 보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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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을 가볍게 보는 카지노 뽀찌
카지노 뽀찌도 안보 고삐 다시 좨야
주용석 국제부장
윈스턴 처칠은 한때 ‘전쟁광’으로 불렸다. 뮌헨협정을 비난하고 히틀러와 타협을 거부해서다. 결국엔 그가 맞았다. 체임벌린이 실각한 뒤 처칠이 전시내각 수반에 올랐다. 처칠은 유럽에서 히틀러에서 맞서 홀로 분투하며 미국과 함께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전후 처칠의 인기는 미국에서도 하늘을 찔렀다. 미국은 1963년 처칠에게 처음으로 명예시민권을 부여했다. 도널드 카지노 뽀찌 미국 대통령은 그런 처칠을 존경한다고 한다. 2017년 집권 1기 첫날 백악관에 처칠의 흉상을 들여놨고, 올해 1월 백악관에 재입성하면서도 다시 흉상을 집무실에 가져다 놨다. 2019년 영국 국빈 방문 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카지노 뽀찌에게 처칠의 <2차 세계대전 초판 축약본을 선물했다. 카지노 뽀찌가 책을 숙독한 것 같지는 않다. 처칠은 “유화정책은 독재자들의 침략 행위를 조장하고 그들의 자국민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한다”고 썼는데, 카지노 뽀찌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두둔하는 걸 보면 말이다. 카지노 뽀찌는 오히려 침략당한 우크라이나를 몰아붙이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빼앗긴 영토를 포기하고 당장 싸움을 멈추라고 다그쳤다. 젤렌스키가 고분고분 말을 듣지 않자 백악관에서 “당신은 카드가 없다”고 윽박지르더니 젤렌스키가 백기를 들기까지 무기 지원을 끊어버렸다.
우크라이나 전쟁 3주년에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선 아예 ‘러시아의 침공’ 문구를 뺀 친러 결의안을 밀어붙였다. 미국은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중 중국, 러시아와 같은 편에서 찬성표를 던졌고 영국과 프랑스는 기권했다. 세계는 지금 2차대전 종전 80년 만에 세계질서의 격변을 목도하는 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 수석경제논설위원 마틴 울프는 “미국이 서방의 적이 됐다”고 성토했는데, 카지노 뽀찌 행정부가 딱히 부인했다는 얘기는 없었다.
카지노 뽀찌의 ‘적과의 동침’을 고도의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있긴 하다.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소련 봉쇄를 위해 중국을 끌어안은 것처럼 카지노 뽀찌는 중국과 맞서기 위해 러시아와 손을 잡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역(逆) 닉슨 전략’이다. 일리가 없진 않지만 그렇더라도 카지노 뽀찌의 도박이 성공할 확률은 희박하다. 당시 중국은 소련과 사이가 나빴다. 1969년 국경 지대에서 소련과 무력 충돌을 벌인 뒤 중국에선 소련과의 전쟁 공포가 퍼졌다. 마오쩌둥이 우한으로 피신했을 정도다. 중국도 미국과의 협력이 절실했다. 지금은 중·러 사이에 틈이 별로 없다. 설령 러시아가 미국과 가까워진다고 해도 중국에 등을 돌릴 가능성은 작다. 오히려 동맹을 경시하는 카지노 뽀찌의 행태가 자유진영의 결속만 해칠 수 있다.
지정학적 단층선에 놓인 한국은 안보의 고삐를 다시 좨야 할 때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로 한국을 위협하며 미국이 나서면 미 본토에 핵미사일을 날리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면 트럼프가 한국을 위해 핵우산을 펼까. 트럼프가 푸틴에게 하듯 김정은과 밀당을 벌이면 한국은 어떻게 될까.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최근 뮌헨안보회의에서 “마을에 새 보안관이 왔다”고 했는데, 새 보안관을 보는 카지노 뽀찌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