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법 제대로 따른 것이 죄라니"…막무가내 카지노 사이트에 떠는 기업들

같은 사안 두고 두 부처 이중 규제
정부 스스로 공적 신뢰 무너뜨려

정지은 테크&사이언스부 기자
“법령에 따랐을 뿐인데 정부의 오락가락 잣대에 카지노 사이트만 속이 타들어 갑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2일 통신 3사를 상대로 114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결정한 직후 통신 3사에선 한숨 섞인 토로가 이어졌다. 지금은 폐지 수순을 밟고 있지만 당시 엄격히 적용되던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을 준수한 것을 담합 행위로 본 카지노 사이트의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하소연이다.통신업체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건 카지노 사이트가 기업의 사정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카지노 사이트가 이 문제를 들여다보겠다며 ‘대규모 과징금’을 예고한 것은 2023년께다. 이때부터 각 통신사는 물론이고 단통법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도 통신사를 규제해야 할 대상으로 봐선 안 된다는 법적 근거 등을 제시하며 부지런히 움직였다. 하지만 2년 뒤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단통법은 장려금에 관한 규제 근거(단말기유통법 제9조 제3항 등)라고 할 수 있다. 방통위가 통신사를 대상으로 과도하게 장려금을 뿌리지 말라고 마련한 법률이다. 이런 이유로 방통위와 통신업계는 카지노 사이트가 담합이라고 규정한 행위가 실은 단통법이라는 현행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방통위의 단통법 규제는 ‘행정지도’가 아니라 ‘법 집행’에 해당한다. 행정지도는 기본적으로 강제성이 없지만 방통위 지시는 권고에 그치지 않고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공권력의 행사로 강제성을 지니고 있다. ‘비권력적 행정지도를 전제로 한 담합’이라는 카지노 사이트의 주장이 성립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같은 사안을 두고 중복 규제를 받아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통신 3사는 단통법 시행 초기에 장려금 조정 등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약 1500억원의 과징금과 영업정지 등 총 32차례 제재를 받았다. 통신사 관계자는 “규제를 엄격히 준수했더니 이제 와서 다른 잣대로 또 처벌하겠다고 한다”며 “정부가 공적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상황을 지켜보는 다른 산업계에서도 ‘남 일 같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대카지노 사이트 임원은 “법을 지키는 것이 카지노 사이트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게 황당하다”고 했다. 미국은 정부효율부(DOGE)를 중심으로 공공기관에 무자비한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비효율을 제거해 수백조원의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미국에 자극받은 영국 등 다른 선진국도 정부 개혁에 팔을 걷어붙였다. 법 하나를 두고 부처별로 한쪽은 방망이, 한쪽은 칼을 들이대는 한국에선 정부 개혁은 고사하고 카지노 사이트의 발목을 잡는 중복 규제만이라도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