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한 장의 카지노 입플

이효진 에잇퍼센트 대표
시간은 흐르고, 기록은 남는다. 우리는 한 장의 카지노 입플으로 한 시대를 기억하지만, 그 카지노 입플이 찍히기까지는 수많은 이야기와 시간이 쌓인다. 지난 19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계와 저축은행중앙회가 업무 협약을 체결하며 한 장의 카지노 입플을 남겼다. 하지만 그날의 카지노 입플이 남기까지, 긴 기다림과 도전의 시간이 있었다.

온투업(P2P금융)에 기관투자가가 참여하는 것. 이것은 산업 초기부터 업계의 숙원이자 당연한 방향이었다. 앞서 핀테크산업이 꽃을 피운 미국과 영국의 선진 사례에서도 보듯이, 기관투자가의 투자 참여는 자금이 필요한 차주에게 적시에 자금을 공급함과 동시에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기관들은 온투업자의 대출 실행 역량을 검증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자금을 분산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자연스럽고 마땅한 흐름처럼 보였지만, 국내 온투업으로선 넘어야 할 벽이 많았다.그렇게 시간이 흘러, 마침내 첫걸음을 내디뎠다. 작년 7월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으로 저축은행의 참여가 가능해졌고, 부가조건을 충족한 온투업자가 개인신용대출 상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아득하게만 보였던 길이었지만, 이제는 현실이 됐다.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업계 간담회, 금융규제혁신회의, 국회 공청회와 간담회, 벤처업계 행사, 언론의 취재와 기고,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만남까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핀테크업계와 학계, 그리고 수많은 사람이 기관투자 허용을 건의했다. 법안 발의까지 2년, 법 통과까지 2년, 법 실제 적용까지 2년, 혁신금융서비스 지정까지 3년, 이후 세부사항 협의와 전산개발 등에 1년. 그 긴 시간 동안 온투업체들은 희망을 품고 기술에 투자하며 버텨왔다. 200개가 넘던 업체는 이제 45개로 줄었고, 그중에서도 활발히 운영되는 곳은 절반 정도다. 저축은행업계 또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을 신중히 극복해 가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이 지나 한 장의 카지노 입플으로 남았고, 우리는 다음 장면을 향해 첫걸음을 내딛는다. 온투업과 저축은행의 연계 투자는 양 업권의 새로운 돌파구가 돼 중금리 대출의 공급을 확대할 것이다. 나아가 은행, 보험, 캐피털 등 다양한 금융회사의 참여로 더 많은 대출 수요자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기관뿐만 아니라 법인과 개인투자자에게도 매력적인 자산 운용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날, 우리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길 것이다. 성장하며 사회에 기여하는 산업으로, 더 큰 꿈을 꾸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