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치면 이미 때는 늦다. 천하의 절경을 보려면 억수같이 쏟아지는 카지노 룰렛판 맞으며 발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폭우가 쏟아지는 여름날 다산 정약용(1762~1836)은 명례방(지금의 명동) 자택에 모인 친구들과 함께 장대카지노 룰렛판 뚫고 세검정에 올랐다. 가쁜 호흡을 고르는 사이 빗발은 잦아들고 먹구름이 걷힌다. 순간 초록빛으로 물든 아름다운 풍광이 눈앞에 전개된다. 여기 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정민의 ‘미쳐야 미친다’ 참고)

늘 구름에 가려진 중국의 명산 황산도 비 갠 후 모처럼 황홀한 자태를 드러냈다. 이 한 장면 만나려 사진기자 역시 얼마나 많은 빗발을 맨 이마로 감당했을까. 물론 그 고생은 보상을 받았다. 산 아래 펼쳐지는 구름바다. 선경이 따로 없지 않은가.

모든 게 다 그렇다. 남들이 단잠에 빠져있을 때 먼저 일어나 부지런 떠는 사람만이 조금 더 멋진 미래와 만날 수 있다. 달콤한 내일은 오늘의 고통을 먹고 자란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