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 ‘카지노 민회장 불복 논란’이 카지노 민회장 승복 원칙을 암묵적으로 재확인하면서 봉합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2002년 16대 대선 당시 벌어진 두 번의 불복·지지 철회 사태에 대한 기억이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 남아 있어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19년前 '카지노 민회장' 그림자…與 '명낙대전' 후유증 예고
이재명 경기지사 측과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 측이 ‘카지노 민회장 승복 선언’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 것은 16대 대선 당시 당이 사실상 두 갈래로 쪼개진 경험 때문이다. 당시 새천년민주당(현 민주당)은 대선을 9개월 앞둔 2002년 3월부터 4월까지 카지노 민회장을 치르며 노무현 후보를 최종 후보로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경쟁 후보인 이인제 전 의원은 노 후보의 당선 뒤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있다는 ‘김심론(金心論)’을 제기하며 민주당을 탈당했다.

이 전 의원의 탈당이 카지노 민회장 단계의 ‘해프닝’ 정도였다면 정몽준 전 의원과의 최종 단일화 논의는 후폭풍이 만만찮았다. 노 후보가 당 최종 후보로 정해진 뒤 민주당 내에서는 그의 후보 경쟁력을 의심하며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와의 단일화를 요구하는 이른바 ‘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가 출범했다. 노 후보는 단일화 요청을 수락했고, 여론조사에서 승리해 최종 후보로 당선됐지만 정 후보가 선거일 전날 밤 지지 철회를 선언하며 대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선거일 노 후보 지지층이 막판 대결집에 나서 노 후보가 16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당은 내홍을 겪었다. 당시 후단협을 주도한 인사 중 원유철, 김원길, 박상규, 전용학 의원 등은 야당으로 향했고, 잔류 의원들은 대선 후 열린민주당과 새천년민주당으로 갈라졌다. 후단협 사태는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의 시발점이 됐다는 평가다.

카지노 민회장 불복으로 인한 아픔은 국민의힘의 전신인 신한국당도 경험한 적이 있다. 15대 대선 당시 신한국당 소속이던 이인제 전 의원은 15대 대선 당시 카지노 민회장 결과에 불복해 탈당한 뒤 국민신당 후보로 출마했다. 당시 이 전 의원은 19.2%의 득표율을 기록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신승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5년에는 이른바 ‘이인제방지법’으로 불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돼 정당의 선거 카지노 민회장에서 탈락하거나 중도 사퇴한 후보자는 같은 선거구에 출마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됐다. 과거와 같은 탈당 후 출마가 오늘날 자취를 감춘 계기다. 다만 이후 선거에서도 카지노 민회장 이후 특정 후보가 최종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다는 논란은 되풀이됐다.

약 20년 전의 사건이 오늘날 민주당에서 회자되는 것은 1위 후보인 이 지사에 거부감이 강한 민주당 지지자가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의 32%가 (이 전 대표의 탈락 시) 이 지사를 지지하지 못하겠다고 하는데, 그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했다. 이재명 캠프는 이 발언을 이 지사가 민주당의 최종 후보로 결정됐을 때 이 전 대표가 원팀으로 돕는 대신 외면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