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버티기 어렵다"…누적 손실 10조 넘은 탠 카지노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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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야놀자·위메프 등 국내 대표 탠 카지노
누적 손실 10조 넘었다
누적 손실 10조 넘었다

한국경제신문이 29일 탠 카지노 기업들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순손실을 낸 8개 업체의 작년 말 기준 결손금은 총 10조7708억원에 달했다. 쿠팡이 5조982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컬리 2조645억원 △티몬 1조2644억원 △위메프 6576억원 △SSG닷컴 2898억원 △야놀자 2367억원 △메쉬코리아 1773억원 △버킷플레이스 981억원 순이었다.
이는 이들이 지금까지 유상증자 등을 통해 확보한 투자금(자본잉여금)과 맞먹는 액수다. 적자가 누적되면서 탠 카지노 거의 다 소진했다는 의미다.
◆올해 탠 카지노 투자액 90% 급감

경기침체로 투자자들이 위축되면서 탠 카지노 업체로 흘러 들어가는 돈도 뚝 끊겼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탠 카지노 업체가 유치한 자금(스타트업얼라이언스 집계)은 24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0% 넘게 급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코로나 기간 몸집을 키우는 데만 골몰했던 대다수 탠 카지노 기업들에 결손금이 시한폭탄으로 떠 올랐다”며 “일부 업체는 적자 지속과 자금 조달 실패로 연내 한계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쿠팡, SSG닷컴, 11번가, 위메프 등 국내 탠 카지노 시장 점유율 상위 5개 기업(네이버 제외) 중 지난해 순이익을 낸 업체는 한 곳도 없다. 작년 첫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연결 기준)한 쿠팡을 뺀 3곳의 순손실은 전년 대비 50% 넘게 급증했다.
탠 카지노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랐는데도 업체들이 적자를 무릅쓰고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점유율을 높이는 데만 집중한 결과다. 쿠팡이 먼저 도입해 성과를 낸 이른바 ‘계획된 적자’ 모델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에 투자업계 돈줄까지 말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투자로 성장하는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말한다.
◆더는 안 먹히는 ‘계획된 적자’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유통업체 온라인 매출 증가율은 2020년 18.4%에서 지난해 9.5%로 반토막 난 반면, 같은 기간 오프라인 매출은 -3.6%에서 8.9%로 급반등했다. 전체 소비지출에서 탠 카지노가 차지하는 비중인 ‘온라인 침투율’은 2019년 처음 20%를 넘어선 뒤 3년째 20%대 중반에서 정체돼 있다.
탠 카지노 시장이 성장 한계에 부딪히면서 풍부한 유동성을 등에 업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상당수 탠 카지노 업체가 직격탄을 맞았다. 컬리, SSG닷컴, 롯데온 등은 대규모 물류센터 구축과 할인쿠폰 발급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위해 출혈 투자를 해왔다.
그렇게 구축한 물류 네트워크와 축적된 고객 데이터가 종국엔 수익으로 연결되리라고 본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국내 탠 카지노 시장은 이미 과점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시장 전체 파이가 다시 급격히 커지지 않는 한 압도적으로 몸집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특수를 누렸던 배달 플랫폼 업체들도 거리 두기 해제와 고물가로 올해 들어 이용자가 급감하면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요기요, 쿠팡이츠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2926만 명으로 작년 4월보다 11.9% 줄었다.
◆업계 1위도 돈줄 막혀 파산 위기

업계 간판 자리를 지켰던 업체들도 탠 카지노금 조달 실패와 적자 누적에 줄줄이 더는 버티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배달 대행 업계 매출 1위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작년 11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가 지난 4월 hy(옛 한국야쿠르트)에 인수되면서 파산을 겨우 면했다.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로 월 160만 방문자를 모으며 돌풍을 일으켰던 오늘회(오늘식탁)는 사실상 서비스 중단 상태다. 탠 카지노 유치가 불발되면서 협력사에 지급해야 할 대금까지 연체됐던 오늘회는 작년 9월 전 직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이에 따라 일부 탠 카지노 업체는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을 개선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롯데온은 지난달 막대한 투자비가 드는 새벽 배송 시장에서 철수했고, SSG닷컴도 최근 수도권 중심으로만 새벽 배송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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