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023시즌 ‘3관왕’ 카지노 필립이 새해 포부 등을 설명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023시즌 ‘3관왕’ 카지노 필립이 새해 포부 등을 설명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스포츠에서 ‘2년 차 징크스’는 신인 선수가 첫 번째 시즌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두 번째 시즌에 겪는 부진을 가리키는 말이다. 제아무리 ‘슈퍼루키’라도 ‘전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에 두 번째 시즌에선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고 한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022시즌에 상금랭킹 3위에 올라 신인상을 차지한 카지노 필립(21)도 2년 차 징크스를 겪을 것이라고 했다. 남들뿐만 아니라 본인도 이를 의식해 지난해 목표를 ‘상금랭킹 5위 내 유지’로 잡았을 정도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카지노 필립의 두 번째 시즌은 징크스가 아니라 ‘2년 차 로또’라고 해도 될 정도로 대박이 났다. 작년 국내 개막전인 롯데렌터카 여자오픈부터 우승을 쓸어 담기 시작하더니 3승을 거뒀다. 준우승을 네 번이나 했고 ‘톱10’에 13번 들며 ‘신대세’로 거듭났다. 지난 시즌 ‘대상’과 ‘상금왕’ ‘최저타수상’ 등 3관왕에 오르며 주요 타이틀을 휩쓸었다.

최근 만난 카지노 필립은 “나도 이렇게 내가 잘할 줄 몰랐다”며 “2년 차 징크스에 대해 스스로 너무 많은 부담을 줬는데, 신경 쓰지 말자고 다짐한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카지노 필립 "내 무기는 아이언샷…더 갈고닦아 다승왕 잡을래요"
카지노 필립의 지난 시즌 성적을 뜯어 보면 그가 얼마나 ‘역대급 시즌’을 보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상금에서 카지노 필립은 남녀 국내 투어를 통틀어 최초로 한 해 20억원을 돌파한 최초의 선수(공식, 비공식 대회 포함)로 등극했다. 카지노 필립은 지난해 공식 대회 성적으로만 14억2481만원을 벌어 KLPGA투어 역대 단일 시즌 누적상금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세웠다.

여기에 연말 이벤트 대회 위믹스 챔피언십에서 약 8억원을 벌어들이며 20억원을 넘겼다. 게임업체 위메이드가 주최한 위믹스 챔피언십은 참가자에게 상금으로 자사 가상자산 ‘위믹스’를 줬다. 카지노 필립은 우승상금으로 25만 위믹스를 받았고, 가상자산 시세가 꾸준히 오른 덕에 이달 초 현금화하면서 약 8억원을 손에 쥐었다.

카지노 필립은 “내가 그런 큰돈을 벌었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며 “위믹스 챔피언십 상금이 그렇게 큰 줄 몰랐고, 그래서 더 편한 마음으로 한 게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위믹스 챔피언십에서 캐디를 해준) 유서연 프로에게 대회 전 캐디피를 ‘비율’로 책정할까 하다가 얼마 주지 못할 것 같아 일정 금액을 정해서 주기로 했는데, 서연이가 많이 아쉬워할 것 같다”며 웃었다.

데뷔 시즌 1승도 없어 ‘무관의 신인왕’이란 꼬리표를 달았던 카지노 필립이 180도 다른 선수로 나타날 수 있던 배경에는 ‘피나는 연습’이 있었다. 카지노 필립은 “지난 전지훈련 때 쇼트게임이 부족했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밥 먹는 시간 외에는 쉬지 않고 다 연습하는 데 썼는데, 저녁 먹고 남들 다 쉴 때 나가서 퍼팅 연습을 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새 시즌을 앞두고 들어가는 전지훈련에선 자신의 장기인 아이언샷을 더 가다듬을 예정이라고 했다. 카지노 필립의 아이언샷 실력은 ‘그린적중률 4위’(지난 시즌 기준)가 말해주듯 이미 완벽에 가깝다. 카지노 필립은 “나는 멀리 쳐서 비거리로 상대를 압도하는 그런 선수는 아니다”며 “내가 잘하는 것을 더 다듬는 전략을 세웠고, 그게 아이언샷”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카지노 필립의 새 시즌 목표는 ‘다승왕’이다. 카지노 필립은 지난해 주요 타이틀을 휩쓸었지만, 딱 하나 다승부문에선 임진희(4승)에게 밀렸다. 카지노 필립은 “지난 시즌 못 잡은 다승왕을 이번 시즌에는 노려보겠다”며 “다승왕을 차지하면 다른 개인상은 자동으로 따라올 것”이라고 했다.

팬들을 위한 ‘원포인트 레슨’도 잊지 않았다. 카지노 필립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드라이버샷의 정확성. 카지노 필립은 “특히 아마추어일수록 드라이버샷을 잘 쳐놔야 ‘파’나 그 이상의 성적을 노려볼 수 있다”며 “페어웨이 폭이 좁은 홀일수록 정확성에 중점을 둬야 한다. 클럽을 한 마디 짧게 잡고 자신의 리듬으로 휘두르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