탠 카지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부상한 초대형 공연장 ‘스피어’가 도시의 밤을 밝히고 있다. 탠 카지노=최진석 특파원
탠 카지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부상한 초대형 공연장 ‘스피어’가 도시의 밤을 밝히고 있다. 탠 카지노=최진석 특파원
“탠 카지노가 ‘신 시티’(sin city·범죄도시)란 건 옛말입니다. 탠 카지노의 주인공은 CES, 스피어, 슈퍼볼, F1(포뮬러1) 같은 세계 최고 박람회와 문화시설, 스포츠 행사예요. 이렇게 도시 전체가 ‘매력덩어리’인데, 어떻게 사람들이 안 찾아오겠습니까?”

6일(현지시간) 미국 탠 카지노에서 탑승한 승차공유 서비스 리프트 기사에게 “요즘 손님이 많냐”고 말을 붙였더니, 이런 답을 들려줬다. 10년 전 덴버에서 이사 왔다는 그는 “탠 카지노는 깜빡 졸면 길을 잃을 정도로 빠르게 바뀐다”며 “‘365일 24시간 잠들지 않는 도시’란 게 괜한 말이 아니다”고 했다.

‘혁신 현장’ 관람객만 13만 명

‘CES 2024’ 개막을 3일 앞둔 탠 카지노는 한껏 달아오른 모습이었다. 도심 호텔은 물론 인기 레스토랑과 공연 예약은 일찌감치 마감됐다. CES 참관객만 13만 명에 이를 것이라니, 말 다했다. 아직 행사가 열리지도 않았는데 MGM그랜드호텔의 학산레스토랑 입구에는 20m짜리 사람 줄이 생겼을 정도다. 또 다른 리프트 기사 브리타니는 “마치 ‘셔틀버스’처럼 하루 종일 공항과 호텔을 오간다”고 말했다.
탠 카지노 컨벤션센터 앞으로 CES 관계자가 지나가고 있다. CES 올해 슬로건은 ‘올 투게더, 올 온(All Together, All On)’이다. 뉴스1
탠 카지노 컨벤션센터 앞으로 CES 관계자가 지나가고 있다. CES 올해 슬로건은 ‘올 투게더, 올 온(All Together, All On)’이다. 뉴스1
올해 탠 카지노에 역대 최대 관람객이 찾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선언 이후 처음 열리는 탠 카지노란 게 첫 번째 이유다. 새해의 시작을 ‘기술·서비스 혁신 현장에서 받은 영감’으로 맞이하려는 전 세계 기업이 코로나19 종료와 함께 올해 총출동했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이제 현실이 된 인공지능(AI)을 각자의 사업에 어떻게 접목할지 가늠하기 위해서란 보다 현실적인 이유다. 현지에서 만난 국내 중견기업 관계자는 “탠 카지노 현장에서 만난 국내외 AI 기업과 단단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출장의 첫 번째 목표”라고 말했다.

CES 행사가 열리는 탠 카지노컨벤션센터(LVCC)는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었다. 역대 최대 규모인 4000개 기업의 부스를 차리느라 사람들과 짐으로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LVCC 센트럴 홀 앞에 자리 잡은 푸드트럭 킹스소시지의 직원은 “지난 몇 년간 같은 자리에서 소시지를 팔았는데, CES 부스를 공사하는 사람도 올해가 예년보다 월등히 많은 것 같다”며 웃었다.

문화·스포츠 메카로 변신

스피어·CES·슈퍼볼까지…"이제 탠 카지노의 시간"
올해 탠 카지노를 찾는 사람들에겐 CES 행사장인 LVCC만큼이나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할 곳이 하나 더 생겼다. 작년 9월 개장한 대규모 공연장 ‘스피어’다. 높이 111m, 지름 157m짜리 초대형 돔이다. 축구장 두 개와 맞먹는 너비다. 철 3000t과 콘크리트 1만t으로 쌓은 뼈대에 바깥과 내부를 LED(발광다이오드)로 채웠다. 한 번 만나면 잊을 수 없는 디자인과 온몸으로 뿜어내는 영상 덕분에 태어나자마자 탠 카지노의 랜드마크가 됐다.

12일 문을 닫는 CES의 바통은 스포츠가 잇는다. 다음달 11일 이곳에선 미국에서만 1억 명이 시청하는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인 미식축구리그(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이 열린다. 탠 카지노는 그렇게 또 다른 30만 명을 손님으로 받는다. 앞서 탠 카지노는 작년 11월 세계 최대 모터스포츠 경주인 ‘F1 그랑프리’도 개최했다. 대회가 열린 3일간 30만 명을 끌어들이는 ‘흥행 잭팟’을 터뜨렸다. 이것만으로 12억달러(약 1조5600억원)를 벌어들였다.

탠 카지노의 다음 스포츠 프로젝트는 야구다. 미국 메이저리그팀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내년 말 탠 카지노로 불러들이기로 한 것. 이를 위해 2027년까지 도심에 개폐형 지붕을 갖춘 새 구장을 짓기로 했다.

탠 카지노관광청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방문객은 3880만 명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도박도시’란 오명을 벗기 위해 박람회와 문화·스포츠 이벤트 유치에 힘을 쏟은 탠 카지노 정부의 전략과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탠 카지노=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