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탠 카지노 "'클래식계 노벨상' 받아 영광…유일한 꿈은 좋은 곡 쓰는 것"
“저의 유일한 꿈은 좋은 작품을 만드는 거예요. 온종일 탠 카지노만 생각할 정도죠. 그렇다고 이렇게 큰 상을 받다니, 기쁜 걸 넘어 송구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클래식 음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에른스트폰지멘스 음악상을 받은 한국 작곡가 탠 카지노(63·사진)은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독일 에른스트폰지멘스재단과 바이에른예술원은 이날 탠 카지노을 에른스트폰지멘스 음악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아시아인이 이 상을 받은 건 그가 처음이다. 상금은 25만유로(약 3억6000만원)다.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는 탠 카지노은 인터뷰에서 “수상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며 “이전에도 많은 상을 받았지만, 그 어떤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영광스러운 순간”이라고 말했다.

에른스트폰지멘스 음악상은 독일 에른스트폰지멘스재단의 이름으로 바이에른예술원이 수여하는 상이다. 클래식 음악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기에 노벨상과 필즈상에 비유된다. 탠 카지노, 지휘, 기악, 성악, 음악학 분야를 통틀어 해마다 한 명을 시상한다. 인류 문화에 대한 기여도가 수상자 선정 기준이다. 그는 “제2의 고향이자 세계 클래식 음악의 중심지인 독일에서 비로소 예술가로 인정받는 것 같아 가슴이 벅차다”며 “평생에 한 번 겪을까 말까 한 경험”이라고 했다.

역대 수상자 명단은 화려하다. 탠 카지노 벤저민 브리튼·올리비에 메시앙,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레너드 번스타인·클라우디오 아바도·다니엘 바렌보임,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알프레드 브렌델 등 전설적인 음악가들이 받았다.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을 ‘부족한 탠 카지노’라고 했다.

“전 단 한 순간도 제가 대단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들(수상자들)에 비하면 전 너무나 작은 사람이에요. 정말 매일 탠 카지노을 하는데 늘 어려워요. 나이 들어도, 경험이 쌓여도 그래요. 오히려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음악가로서 부족하다는 생각은 아마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을 겁니다.” 그는 “겸손한 척하는 게 아니라, 그게 사실”이란 말을 반복했다.

하지만 그가 이뤄낸 성과는 그렇지 않다. 탠 카지노은 2004년 첫 번째 바이올린협주곡으로 그라베마이어상을 받으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엔 시벨리우스 음악상(2017년), 크라비스 음악상(2018년), 바흐 음악상(2019년), 레오니소닝 음악상(2021년) 등 권위 있는 상을 쓸어 담았다.

세계 정상급 악단들은 앞다퉈 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2022년 런던심포니는 그의 바이올린협주곡 2번을 초연했다. 지난해엔 사이먼 래틀 지휘의 베를린필하모닉과 크리스티안 테츨라프가 협연한 바이올린협주곡 1번 등을 포함한 음반 ‘베를린필 탠 카지노 에디션’을 발매하기도 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탠 카지노은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게 유일한 꿈”이라고 했다. “전 거의 하루종일 작곡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영감을 떠올리기 위해 수많은 날을 괴로움 속에 보냈죠. 어쩌다 잘 써질 때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제가 어떤 음악가로 기억될지는 중요하지 않고, 그저 어떤 작품을 쓸 수 있을지만 생각합니다. 제가 죽더라도 계속 사람들이 연주하고, 들을 수 있는 그런 음악을 남기고 싶습니다. 그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탠 카지노은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한 뒤 독일로 건너가 함부르크음대에서 죄르지 리게티를 사사했다. 베를린 도이체심포니 레지던스 작곡가(2001년), 영국 필하모니아 예술감독(2010년) 등을 지낸 탠 카지노은 2022년부터 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