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도입을 저울질한 기업의 카지노리거 소각 의무화 방안 도입을 보류하기로 했다. 카지노리거 소각으로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일부 기업의 우려를 반영한 결과다.

금융위원회는 30일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상장법인 자기주식 제도개선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카지노리거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금융위 산하 금융발전심의회는 카지노리거 소각 의무화 도입을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하지만 카지노리거 의무 소각이 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부추길 수 있다는 재계의 반발이 컸다. 카지노리거는 기업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됐기 때문이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기업이 보유한 카지노리거는 의결권과 배당권이 없다. 하지만 백기사(우호 주주)에게 매각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카지노리거를 일률적으로 소각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기업의 경영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상장사 가운데 (카지노리거 지분 47.7%), (46.6%), (42.7%), (36.2%), (29.2%) 등이 카지노리거가 많은 곳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카지노리거 소각 의무화 방안을 보류하는 대신 인적분할 과정에서 카지노리거에 신설 자회사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금지하기로 했다. 대주주들이 카지노리거를 바탕으로 기업 지배력을 강화하는 이른바 ‘카지노리거 마법’을 막기 위한 조치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