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괴롭히는 건 ‘늘어지는 재판’뿐만이 아니다. 갈수록 길어지는 업 카지노거래위원회 조사와 검찰 수사도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업 카지노의 CJ올리브영 조사다. 업 카지노는 2022년 5월 납품업체에 독점 거래를 강요했다며 CJ올리브영에 ‘시장지배력 남용’ 혐의를 걸어 조사에 들어갔다. 매출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매길 수 있는 시장지배력 남용 혐의가 확정될 경우 CJ올리브영은 1년치 영업이익(2022년 2714억원)의 두 배가 넘는 최대 6000억원을 내야 하는 터였다. 주요 증권사들이 지주사인 CJ의 투자의견 등급을 낮출 정도로 큰 금액이었다.

업 카지노 조사에 CJ올리브영이 ‘총력 대응’한 건 당연한 수순. 억울함을 입증하기 위해 회사 임직원은 물론 대형 로펌도 동원했지만 업 카지노의 조사·심의가 1년6개월 넘게 계속된 탓에 기업 이미지 실추와 사업 위축은 막을 수 없었다. 업 카지노는 결국 작년 12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라고 보고 과징금을 18억9600만원만 매겼다.

이런 사례는 수두룩하다. “삼성웰스토리에 사내급식 일감을 몰아줬다”며 2021년 업 카지노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에 과징금 2349억원을 부과한 사건은 조사 기간만 934일에 달했다. 이어진 행정소송에서도 소 제기 2년 만인 작년 10월에야 서울고등법원에서 첫 정식재판이 열렸다.

업 카지노 조사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건 수치로도 나온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22년 업 카지노의 사건처리 기간은 조사와 의결을 합쳐 평균 605일이었다. 2017년 419일에 비해 186일(44.4%)이나 늘었다. 기업이 제기한 과징금 불복 행정소송에서 업 카지노가 패소해 환급한 금액은 2022년 기준 1470억원에 달했다. 전체 과징금(8224억원)의 18%에 이르는 규모다.

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의 강도와 기간도 점점 세지고, 길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 등이 고발요청권을 활용해 선제적으로 기업 수사에 나서는 사례가 늘어난 것도 이런 흐름에 한몫하고 있다. 업 카지노가 조사한 다음 검찰에 고발한 뒤에야 수사에 들어가던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아파트 빌트인 가구 입찰 담합 혐의와 관련해 업 카지노 조사보다 먼저 검찰이 한샘 등 가구업체 수사에 나선 게 그런 사례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