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유상증자 추진에 나선 반도체 기판 제조업체 주가가 24년 만에 최대치 폭락했다. 증자 목적이 사업 연관성이 떨어지는 2차전지업체 인수인 데다 이를 알리는 공시마저 기습적으로 해 투자자들의 거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1일 이수페타시스는 22.68% 내린 2만4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00년 8월 상장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이 회사 주가가 2만5000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이수페타시스 유상증자 검토 소식은 지난달 24일부터 증권가를 중심으로 조금씩 번지고 있었다. 주가는 이때부터 7거래일간 이미 23.16% 하락한 상태였다. 지난 4일 이수페타시스가 “유상증자, 인수합병(M&A)에 대해 확정된 바 없다”는 공시를 내고, 이후 일부 애널리스트가 회사 측을 믿고 이 같은 입장을 확산하며 투자자 혼선이 커졌다.

공시 시점도 논란이다. 이수페타시스는 8일 정규장 마감이 한참 지난 오후 5시47분부터 6시49분까지 악재성 공시를 쏟아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2차전지 소재 업체 의 주식 양수 공시와 인수·시설자금 마련 목적의 55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결정 공시가 휴일을 앞두고 기습적으로 나왔다.

메리츠증권은 이날 이수페타시스 투자의견을 ‘매수’(바이)에서 ‘보류’(홀드)로 변경하고, 목표주가를 5만4000원에서 3만2000원으로 40.7% 하향 조정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시기에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