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2% 올라 다섯 달 만에 다시 2%대로 치솟았다. (사진=뉴스1)
지난 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2% 올라 다섯 달 만에 다시 2%대로 치솟았다. (사진=뉴스1)
2월 폭설로 인한 ‘베지플레이션’(채소류 가격 급등)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가락시장 등에서 거래되는 주요 농산물 22개 품목 중 17개가 일제히 전주보다 비싸졌다. 도매가 상승은 소매가와 외식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가 더욱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4일 팜에어·카지노 룰렛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가격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전주 대비 가장 가파르게 오른 품목은 토마토였다. ㎏당 4437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49.23% 급등했다. 양상추(45.22%), 방울토마토(40.79%), 상추(28.21%), 깻잎(25.62%) 등도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들 작물이 주로 나는 남부 지방에서 최근 폭설이 내리면서 피해를 본 영향이 컸다. 한 대형마트 바이어는 “눈과 비가 많이 오고 일조량이 부족해지면서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않고 있다”며 “양상추는 속이 덜 차고, 얼어서 못 파는 작물도 많다”고 했다.

이같은 폭설·폭우로 인한 가격 상승은 보통 단기간 안에 해소된다. 하지만 최근 농산물 값이 이미 많이 뛴 상황에서 폭설까지 가격을 밀어올리면서 자영업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무와 양배추 도매가는 1년 전보다 각각 198%, 113.6% 오른 상태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는 “야채 값이 미쳤다”, “너무 비싸져서 무섭기까지 하다”는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농산물 도매가 상승은 대형마트, 외식업체 등 소매가 오름세로 이어질 전망이다. 가뜩이나 식품사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가공식품 공급가를 일제히 올리고 있는 상황이라 장바구니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가공식품과 외식물가 지수 상승률은 각각 2.7%, 2.9%에 달했다.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2.2%)을 웃도는 수치다. 원·달러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수입물가지수도 지난해 10월부터 넉달째 상승하고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