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건 어떤 기분이야?"…복제인간 카지노 사이트17에 대한 봉준호의 시선
“죽는 건 어떤 기분이야?”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신작 ‘카지노 사이트 17’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대사다. 주인공 카지노 사이트(로버트 패틴슨)의 신분을 알게 되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우주 식민지 원정에 자원한 그는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는 것 같은 위험한 임무에 투입됐다가 죽으면 생체 프린팅으로 무한정 되살아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이다. 이름 뒤에 붙은 숫자는 지금껏 재생된 횟수다. 마카롱 사업 실패로 사채업자에 시달리던 카지노 사이트에겐 죽는 게 곧 직업인 셈이다. 존재 자체가 희소성이 낮단 이유로, 돈이 없어 목숨을 담보로 내놓을 정도로 가치가 낮은 목숨이란 이유로 그의 생명은 내내 경시된다.

영화의 배경은 가까운 미래인 2050년대이지만, 카지노 사이트의 모습은 19세기 산업화 시대의 노동자보다 나을 게 없다. 독재자 마샬(마크 러펄로)에게 그는 없어지면 다시 만들면 되는 값싼 물건이자 우주 지배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심지어 친구 티모(스티븐 연)마저 얼음 골짜기에 고꾸라져 목숨을 잃기 직전인 카지노 사이트를 보며 자신의 무기가 멀쩡해서 다행이란 재수 없는 소리만 지껄인다. 그러나 타인은 싸구려라고, 내일이면 다시 생길 목숨 뭐가 소중하냐고 아무리 조롱해도 카지노 사이트는 이렇게 말한다. “죽는 건 (여전히) 끔찍해.” 돈에 쫓길지라도, 여전히 모든 감각이 살아있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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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는 자신만의 언어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실된 인간성에 대해서도 조명한다. 음식의 칼로리, 성행위까지 비용으로 계산하며 인간의 기본 욕구마저 제한하는 인간 무리와 겉모습은 괴물처럼 추악해도 아직 숨이 붙어있는 사람을 보고는 살리기 위해 애쓰는 외계 생명체(크리퍼) 무리를 보여주며 ‘과연 누가 인간성을 지닌 단체라 할 수 있는가’란 물음을 던진다. 독재자 마샬의 부인이 스테이크가 아닌 소스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장면, 카펫에 구멍이 날까 봐 카지노 사이트의 머리를 거실에서 쏘지 말라고 소리치는 장면은 정작 중요한 ‘본질’을 보지 못하는 지배층에 대한 조소로도 읽힌다. 연금, 보험 적용 대상도 아닌 노동자 카지노 사이트와 사람들을 선동하는 정치인 마셜의 대비에선 정치에 대한 풍자도 발견할 수 있다.

전작들에서 볼 수 있는 빈부 격차·계급 차별에 대한 봉 감독만의 날카로운 비판의식, 섬세한 감성은 여전히 살아있단 얘기다. 25년 감독 경력 최초로 영화에 사랑 얘기를 넣은 그가 연인을 “나를 위해 유일하게 이성을 잃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명료하게 정의한 것 또한 인상적이다. 다만 카지노 사이트가 16번의 죽음을 맞이할 때도, 그가 실험용 쥐처럼 피를 토하는 순간에도 시간을 재거나 이를 방관한 인간들이 마샬이 아기 크리퍼를 죽이려는 모습을 보고 각성하는 장면에선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행성당 1명만 허용하는 익스펜더블이 둘이 되면서 일어나는 갈등이 다소 느슨하게 해소되면서 중반부에 긴장감이 낮아지는 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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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외신 반응도 갈린다. “냉혹하면서도 묘하게 삶을 긍정하는 반(反)자본주의 SF(공상과학) 영화“(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예리한 비극과 공포를 새긴 스펙터클”(옵저버) 등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지만, “이야기가 감정적으로 전개되며 힘이 빠진다”(가디언), “심각하게 실망스럽다”(BBC방송) 같은 평도 있다. 영화 속 독재자 ‘마샬’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상된다는 의견도 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마샬의 얼굴에 새겨진 트럼프식 냉소적 표정이나 순진한 개척민들이 쓰고 있는 붉은 야구 모자는 메시지를 너무 뻔하게 드러낸다"고 했다.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카지노 사이트 7'를 원작으로 삼은 봉 감독의 신작 '카지노 사이트 17'은 오는 28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정식 개봉한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