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에 비밀 매장을 차리고 외국인 대상으로 ‘짝퉁 카지노 꽁 머니’을 판매해온 일당 두 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 일당은 이미 네 차례나 같은 죄목(상표법 위반)으로 처벌받았지만 벌금보다 판매 수익이 더 많아 불법 매장을 계속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은 20일 중구 명동 일대에서 위조 상품을 제조, 유통한 두 명을 형사 입건하고 짝퉁 카지노 꽁 머니 1200점(정품 추정가 약 38억2000만원)을 압수 조치했다고 밝혔다. 압수된 물품은 위조된 상표가 부착된 시계 125점, 지갑 461점, 가방 434점, 귀걸이 47점, 의류 31점, 모자와 머플러 49점, 신발 53점 등이다. 서울 시내에서 상표법 위반으로 적발된 사건·사고 가운데 금액 및 수량 모두 최대 규모다.

카지노 꽁 머니을 운영한 A씨와 B씨는 과거 동일한 전과가 있었지만 법인 통장이나 사업자 등록을 낼 때 서로의 명의를 빌려가며 단속을 피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A씨와 B씨는 두 차례씩 도합 4건의 전과 기록이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이 지금까지 받은 처벌은 총 1200만원의 벌금형이 전부였다. 건당 벌금액이 평균 300만원인 셈이다.

위조 상품을 유통·판매·보관하는 행위는 상표법 제230조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진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 관계자는 “이번 수사로 확인된 짝퉁 카지노 꽁 머니 판매 금액만 연간 2억5000만원, 순이익은 1억5000만원으로 6년간 취한 부당이득만 10억원 안팎일 것”이라며 “이에 비해 1200만원의 벌금은 이들에겐 푼돈에 가깝다”고 말했다.

범행 방식도 진화했다. 벽으로 위장된 계단으로 이어진 100㎡(약 30평) 규모의 비밀 매장엔 수억원 상당의 카지노 꽁 머니 시계와 가방, 지갑, 신발 등이 마치 쇼핑센터처럼 진열돼 있었다. 이들 일당은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인스타그램 등 SNS 광고를 보고 찾아온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짝퉁 카지노 꽁 머니을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들 일당에게 이번에도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시 관계자는 “동종 전과가 있고 재범 우려도 높지만 법원 양형이 크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지금도 검사 지휘를 받아 불구속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전보다는 벌금 액수가 조금 더 올라가는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는 최근 위조 상품 판매가 은밀하게 이뤄지면서 적발이 쉽지 않은 만큼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 및 제보를 당부했다. 결정적인 증거와 함께 범죄행위를 신고·제보하면 최대 2억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