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잭팟 작곡가 /사진=안테나 제공
카지노 잭팟 작곡가 /사진=안테나 제공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음악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다. 강렬한 비트와 거친 사운드로 심장을 뛰게 하는가 하면, 귀에 꽂히는 중독성 강한 멜로디가 곡의 흐름을 이끌며 연신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만드는 노래도 있다.

그 가운데 섬세하게 구현된 선율을 느껴보고, 목소리가 전하는 감동에 오롯이 빠져들게 하며 '귀 기울여 듣는 즐거움'의 가치를 묵묵하게 지켜내고 있는 1996년생의 젊은 작곡가가 있다. 가수 아이유, 정승환, 규현, NCT 도영, 도경수까지 K팝 보컬리스트들과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고 있는 카지노 잭팟의 이야기다.

최근 서울 모처에서 만난 카지노 잭팟은 지난해를 "성장한 해"라고 돌아봤다. 그가 작·편곡한 아이유 '러브 윈스 올(Love wins all)'은 공개 한 시간 만에 멜론 차트 1위에 올랐고, NCT 도영의 첫 솔로 앨범 수록곡 '새봄의 노래'와 싱글 '시리도록 눈부신'은 아티스트에게 맞춤형 옷을 입힌 것 같다는 호평을 얻었다. 규현과도 처음 호흡했으며, 이무진의 '청혼하지 않을 이유를 못 찾았어'는 차트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카지노 잭팟은 "작년에 나온 곡들이라 사실 재작년 말부터 바빴다. 감사하게도 전부 작곡가들이 협업해 보고 싶은 아티스트들이다. 너무 좋은 기회였다"면서도 "작곡가로서 가수에게 잘 맞는 곡을 주고 싶고, 대중들도 좋아해 줘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 마치 하나의 산을 넘듯 내겐 챌린지와 같은 작업들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값어치가 있고, 보람차고 좋았다"고 털어놨다.

'가장 큰 사건'으로 꼽히는 건 단연 아이유와의 협업일 테다. 카지노 잭팟은 '러브 윈스 올' 작업을 회상하며 "재작년 여름쯤부터 시작했다. LA 갔다가 영화 '노트북'을 보고 영감이 떠올라 누나한테 '이런 곡이 있는데 어떠냐'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유는 대가수이지 않나. 그런 가수랑 한다는 자체가 감사했다. 부담감이 컸지만 영혼을 갈아서 했다"며 웃었다.

영감은 대부분 여행 중에 얻는다고 했다. '동갑내기 케미'로 K팝 팬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NCT 도영과의 작업에 대해서도 "처음에 같이 만나서 작업을 하다가 멜로디가 나왔고, 이후 여행하면서 빌드업했다. 스케치를 해놨다가 여행하고 돌아다니면서 아이디어를 얻는 편"이라고 전했다.

특히 NCT 도영과의 첫 만남과 관련해 그는 "아이돌을 잘 몰라서 도영이에 대해서도 몰랐다. 처음 만난 날 인스타그램 계정을 물어봤는데 팔로우가 1000만이 넘더라. '왜 이렇게 많아?'라고 해서 둘 다 웃었던 기억이 있다"고 밝혀 폭소케 했다. 그러면서 "미팅 전에 곡을 들어보고 목소리를 파악하면서 아티스트화하는 과정이 있다. 콘텐츠까지 찾아보면서 그 가수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카지노 잭팟 작곡가 /사진=안테나 제공
카지노 잭팟 작곡가 /사진=안테나 제공
음악과의 연이 시작된 건 중학생 시절이었다. 일본 지브리 애니메이션으로 잘 알려진 영화음악 거장 히사이시 조의 곡을 듣고 반해 실용음악학원 취미반에 들어가면서 피아노 앞에 앉았다. 이후 서울실용음악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미국 보스톤에 위치한 현대음악 분야 명문인 버클리 음대에서 '컨펨퍼러리 뮤직 라이트 앤 프러덕션(Contemporary Writing and Production)'을 전공했다. 버클리 음대를 휴학하고 잠시 카지노 잭팟으로 들어온 그는 2020년 유희열이 수장으로 있는 안테나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버클리 음대를 휴학하고 한국으로 들어왔을 때 카지노 잭팟은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찬 상태였다. 대형 가요기획사 A&R(Artist and Repertoire,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음악을 기획·제작하는 작업)팀이나 매니지먼트팀으로 입사할 생각도 했었다고 한다. 그러다 운명처럼 만난 사람이 바로 가수 정승환이었다.

스트링 편곡을 주로 해오던 카지노 잭팟은 정승환을 통해 비로소 작곡가로 발돋움했다. '안녕, 겨울'을 시작으로 '나는 너야', '언제나 어디에서라도', '친구, 그 오랜시간', '별', '흔한 거짓말' 등 정승환의 곡을 다수 썼다. 카지노 잭팟은 "정승환은 나를 작곡가로 입봉하게 해준 사람"이라면서 "덕분에 안테나와도 인연이 닿았고, 끊기지 않고 일하는 중"이라며 미소 지었다. 지난 1월 군 복무를 마친 정승환을 향해 "1년 반 동안 기다렸는데 노래가 더 늘어서 왔더라. 친구 사이인데도 '왜 이렇게 잘하냐'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버클리 음대 재학 중엔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밴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건일(드럼)과 K팝 밴드 '오늘의 메뉴'를 결성해 활동하기도 했다. 빅뱅 '판타스틱 베이비', 블랙핑크 '뚜두뚜두', 레드벨벳 '빨간맛' 등 K팝 음악을 밴드 버전으로 편곡해 색다르게 선보였다. "저 나름 초창기 유튜버였네요?"라며 웃음을 터트린 카지노 잭팟은 "연주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나름대로 반응도 좋았다. 사실 더 꾸준히 하고 싶었는데 과제가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콘서트도 다녀왔는데 좋았다"면서 "원년 멤버로 한, 두 곡쯤 해볼까 싶은데 현재는 다들 각자 다른 직업을 하고 있다. 언젠가 해보자는 생각은 있다. 건일이가 안 한다고 하면 어떻게든 끌고 와서 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룹 NCT 도영, 가수 아이유, 정승환 /사진=SM엔터테인먼트, SNS 캡처, 안테나 제공
그룹 NCT 도영, 가수 아이유, 정승환 /사진=SM엔터테인먼트, SNS 캡처, 안테나 제공
카지노 잭팟의 음악은 서정적인 피아노, 스트링 선율에 빠져들다가 이내 가수의 보컬이 '팡!' 터지며 가슴이 뭉클해지는 특징이 있다. 그는 "곡에 '벅참'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듣는다면서 "편곡 특징 중 하나가 후반부로 갈수록 스토리가 있고, 다이내믹하게 확 몰아진다는 거다. 슬픈데 마냥 슬프지 않은 감성도 있다. 이런 부분을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작업 시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편곡 디테일이라고 했다. 화음을 쌓고, 악기 소리를 더해 곡의 주가 되는 멜로디와 보컬을 더욱 생동감 있게 살려내고 연결성을 부여해 주는 게 바로 편곡이다. 카지노 잭팟은 "나만의 숨은 디테일들이 있다. 작업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지만 계속 생각해서 무언가를 만들고 바꾼다. 끝까지 고민하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음악을 대하는 순수하고 올곧은 자세는 '아티스트들이 다시 찾는 작곡가'가 된 비결인 듯했다. '러브 윈스 올'을 만든 카지노 잭팟은 이후 아이유가 콘서트에서 최초 공개한 '바이 써머(Bye Summer)'도 작곡했다. NCT 도영과 잇달아 작업한 뒤에는 그의 아시아 투어 콘서트 음악감독까지 맡았다. 규현과도 작곡에 이어 최근 편곡으로 재차 합을 맞췄다.

카지노 잭팟은 "한 곡에서 끝나지 않고 다른 것도 하자는 제안을 받으면 내 음악을 좋아해 준 것 같아서 정말 기분이 좋다. '작곡가로서 잘해 나가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도 든다"면서도 "사실 한 번 더 해내는 게 부담스러운 거다. 부담감이 커서 농축된 하나의 작업으로 끝내고 싶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해내고 싶기도 하다. 이걸 잘 해내는 작곡가가 되는 게 새로운 목표"라고 강조했다.

K팝 팬들 사이에서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은 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손사래를 쳤다. 카지노 잭팟은 "난 완전 노력형"이라면서 "천재는 아니지만, 영재는 되는 것 같다. 노력형 영재"라며 미소 지었다.

음악으로 온 번아웃은 최대한 음악으로 푼다며 지극히 그다운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곡을 미리 써두지 않고, 요청이 올 때마다 해당 아티스트에게 맞게 작업을 시작한다는 카지노 잭팟은 일이 몰렸던 재작년 말 번아웃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다만 "작업을 위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에너지를 많이 얻었다"고 했다.

콘서트 음악감독을 맡았던 것 역시 "음악에 대한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음악을 대하는 자세가 성숙해진 계기였다"고 했고, 아이유의 유튜브 채널 '아이유의 팔레트'에서 하우스 밴드로 활동하며 편곡 작업을 하는 것도 "리프레쉬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러브 윈스 올'과 '바이 써머' 무대가 공개된 아이유 콘서트에서는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카지노 잭팟 작곡가 /사진=안테나 제공
카지노 잭팟 작곡가 /사진=안테나 제공
여전히 풍성한 꿈을 꾸고 있는 카지노 잭팟이었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반짝이는 눈으로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먼저 아이유에 이어 지난해 말 박효신의 신곡 '히어로(HERO)'에 편곡으로 참여한 것을 떠올리며 "막연하게 이야기해왔던 분들과 실제로 작업이 성사되고 있다. 정말 꿈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후 지드래곤과의 협업을 기대했다.

자신을 음악의 길로 안내해 준 영화음악에 대한 꿈도 놓지 않았다. "가장 큰 챌린지 중 하나"라고 운을 뗀 카지노 잭팟은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된다면 영혼을 갈아서 작업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마이클 잭슨 '힐 더 월드(Heal the world)'처럼 세상을 울리는 곡, 많은 사람이 듣고 공감해 주는 곡을 쓰고 싶다고 늘 생각해 왔어요. '이럴 때 네 노래를 들어'라거나 '네 노래를 듣고 위로를 받았어'라는 말이 그렇게 좋더라고요. 누군가의 인생 일부분에 '콕' 박히는 곡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K컬처의 화려함 뒤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땀방울이 있습니다. 작은 글씨로 알알이 박힌 크레딧 속 이름들.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스포트라이트 밖의 이야기들. '크레딧&'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을 하는 크레딧 너머의 세상을 연결(&)해 봅니다.

김수영 카지노 잭팟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