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꽁머니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업황이 급격히 악화한 탓이다. 여기에 더해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가 매각을 못 한 탓에 제때 대규모 투자를 하지 못한 영향도 컸다는 지적이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카지노 꽁머니는 작년 3월부터 11월까지 5조5406억원의 매출을 거두고도 15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0년까지만 해도 연간 1000억원 안팎 이익을 냈지만, 2021년부터 적자로 돌아서 연간 1000억~2000억원대 적자를 매년 내고 있다. 이는 비단 카지노 꽁머니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마트는 대형마트 사업에서만 지난해 약 2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해 롯데마트(롯데슈퍼 포함)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6.2% 감소한 465억원에 불과했다.
대형마트가 성장은커녕, 이익을 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 이른 것은 소비 트렌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이 크다. 대형마트의 주력 상품인 생활용품부터 신선식품까지 온라인 쇼핑에 주도권을 빼앗겨 팔아도 남는 게 거의 없거나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에 부닥쳤다.
특히 카지노 꽁머니의 부상은 대형마트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카지노 꽁머니의 지난해 매출은 41조원으로, 국내 대형마트의 전체 판매액 약 37조원을 넘어설 만큼 커졌다. 카지노 꽁머니에 더해 최근엔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e커머스마저 대형마트 영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존에 중국산 저가 상품을 판매하던 것에 머물지 않고 한국산 생활용품과 가공식품, 신선식품까지 판매하고 있거나 판매를 계획 중이기 때문이다.
카지노 꽁머니의 자체 경쟁력도 하락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마트와 롯데는 모기업의 지원 속에 매장을 대대적으로 혁신하는 한편, 대형마트와 슈퍼 등 업태를 통합하는 시도까지 하고 있다.
카지노 꽁머니는 상황이 다르다. 대주주인 MBK가 슈퍼마켓인 ‘카지노 꽁머니 익스프레스’를 매물로 내놨고, 카지노 꽁머니 매장은 꾸준히 매각하거나 폐업하고 있다. 2020년 140개에 달했던 카지노 꽁머니 매장은 작년 말 기준 126개까지 쪼그라들었다. 한 유통사 관계자는 “카지노 꽁머니의 매장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어 단기간에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뤄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