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카지노 노말 기이하고 아름다운 세계

[arte]김민지의 미학의 순간들

피에르 카지노 노말 개인전

인공지능(카지노 노말)를 활용하여
세상과 소통카지노 노말 전시 보여줘

AI 시대에 카지노 노말을 카지노 노말답게
만드는 건 무엇일까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피에르 카지노 노말(Pierre Huyghe)는 뇌리에 지워지지 않는 인상을 남기는 현대 미술가입니다. 그의 작품은 모네를 비롯한 인상주의자들의 그림처럼 아름다움으로 가슴을 설레게 하고 아련한 심상을 일으키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해골과 암세포, 소라게와 원숭이 등 예술의 재료로는 생경하고 기이한 대상들이 작품에 등장합니다.

일본 후쿠시마 주변 핵 배제 구역을 배경으로 한 <휴먼 마스크(Human Mask)(2014)에는 소녀의 얼굴 가면을 쓴 원숭이가 털이 수북한 팔다리로 반복적인 동작을 카지노 노말. 대재앙으로 인류 종말을 맞이한 시점에 새롭게 출연한 종의 모습인 것도 같지만 아이의 체구를 지니고 있어 마음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고독하며 기묘한 풍경이 상념을 자아내나 그 광경 자체가 미적으로 매혹적이진 않습니다.
피에르 카지노 노말 &lt;휴먼 마스크 Human Mask&gt;(2014) / 사진제공. 리움미술관
<주드람 4(Zoodram 4)(2011)에는 인생의 굴레처럼 버거운 가면을 지고 수족관 안을 어기적거리며 걸어가는 소라게가 등장합니다. 이 가면은 루마니아 조각가 콘스탄틴 브랑쿠시(Constantin Brancusi)의 작품 <잠자는 뮤즈 (Sleeping Muse)를 복제한 것입니다. 역시나 한번 보면 잊기 어려운 기괴한 인상이고 전통적인 미의 개념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그러나 카지노 노말 예술은 전형적으로 아름답지 않을지라도 사람들을 새로운 세계로 초대해 머물게 하며 끝내 매료시킵니다.
피에르 카지노 노말 &lt;주드람 4 Zoodram 4&gt;(2011) / 사진출처. 리움미술관 홈페이지
한 편의 시와 같은 은유

출산 직전 임산부의 배는 생명을 품어 불룩한 곡선을 지닙니다. 그 흔적을 둥글게 패인 현무암으로 묘사한 작품 <에스텔라리움(Estelarium)은 라틴어로 별을 나타내는 ‘에스텔라(Estella)’와 특정 공간이나 환경을 뜻카지노 노말 ‘아리움(-arium)’의 합성어입니다. 단순히 바닥에 놓인 돌덩어리 정도로 스쳐 보낼 수도 있는 이 작품의 제목이 실은 ‘별들의 공간’을 의미한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외마디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생명이 탄생하기 직전의 신비로움을 별이 태어나는 순간으로 은유한 작가의 시적인 감성이 마음을 일렁이게 했거든요.현무암은 뜨거운 마그마가 공기와 접촉할 때 빠르게 냉각되어 형성된 화산암입니다. 지질학적인 자연의 산물인 현무암은 오랜 세월 속에 깎이고 닳아 풍화와 침식이 일어납니다. 그러한 모습은 마치 세상에 태어날 생명이 맞이하게 될 인생의 굴곡진 서사를 연상하게 카지노 노말.

생명체로서의 전시

카지노 노말는 에콜 데 보자르(École des Beaux-Arts)로 알려진 파리 국립 고등미술학교(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es Beaux-Arts)에서 현대 철학을 익히며 탄탄한 이론을 갖춘 작가입니다. 카지노 노말는 영상, 조각, 판화, 사진, 설치, 공연 등 다양한 매체를 자유자재로 활용합니다. 생명과학, 뇌공학, 인공지능(AI) 등 과학기술 전반에 흥미를 지닐뿐더러 이러한 요소들을 작품에도 적극적으로 도입합니다. AI를 비롯한 기술은 작가의 세계에 깊숙하게 통합돼 철저히 이를 구현하기 위한 보조 도구로 사용됩니다. 예술가의 주체성을 AI에 내어주기보다, 작가의 세계를 강화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지요.
피에르 카지노 노말 / 사진. ⓒOla Rindal, 제공. 리움미술관
작가는 인간이 주체가 되어 객체인 대상을 바라보는 형태의 통상적인 전시 형태를 벗어나고자 합니다. 위그에게 전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생명체이자, 단순히 작품을 보여주는 공간을 뛰어넘은 독립체와도 같은 존재(entity)입니다. 그 세계에는 다양한 생명체가 등장해 상호작용하고 끊임없이 학습하며 진화합니다. 작품은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고 자극에 반응합니다. 우리의 인생이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변수로 가득 차 있듯 카지노 노말 전시도 불확실성의 세계를 반영합니다. 멈추지 않고 들끓는 생명력을 지닌 채 변화하는 카지노 노말 세계에서 AI는 흥미로운 역할을 합니다.

실시간 언어를 생성카지노 노말, 영상을 편집하는 AI

<이디엄(Idiom)(2024~현재)에서는 AI가 실시간으로 언어를 생성합니다. 작품에는 황금빛 헬멧처럼 보이는 LED 스크린 마스크가 등장하는데요, 얼굴을 덮어버릴 수 있는 크기입니다. 마스크 외피 내부는 레진으로 주조되어 있고 소리를 생성카지노 노말 빛을 발산하는 장치를 탑재했습니다. 센서, 스피커, LED 조명이 장착된 마스크는 부분적으로 반투명한 구조라서 내부에서 빛이 발산될 때 LED 불빛이 묘하게 새어 나옵니다. 마스크에는 기술적으로 정교한 감각 시스템(sensorium)이 구축돼 주변의 소리, 물체, 인물 등 다양한 환경 정보를 수집합니다. 인간의 지각 능력을 데이터가 확장해 주고 있습니다.
피에르 카지노 노말 &lt;이디엄 Idiom&gt;(2024-현재) / 사진제공. 리움미술관
마스크를 가면처럼 착용한 사람들이 전시장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수집한 정보는 새로운 언어로 생성됩니다. 마치 종교 사원에서 흘러나올법한 알 수 없는 언어들인데요. 소리 내어 발음할 수도, 머리로 이해할 수도 없는 음성입니다. 신경망은 이러한 자가 생성 언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데 전시 기간이 끝나도 AI의 학습은 지속됩니다. 카지노 노말는 끊임없이 배우며 새로운 언어를 생성하고 발화하는 AI와 공존하는 풍경을 생경하고 고독하게 그려냅니다.

카지노 노말 작업은 허구와 실재의 경계를 허뭅니다. 가상의 세계를 만들고 관객들이 허구의 서사에 참여하게 하며 가짜와 진짜, 현실과 가상을 뒤섞어 버리는 거죠. 영상 작품 <카마타(Camata)(2024~현재)에서는 AI가 영화를 실시간으로 편집합니다. 단숨에 시선을 끄는 형상은 건조한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발견된 해골입니다. 작가는 이곳을 영화 세트장처럼 구성하고 AI 기반 장치를 설치했습니다. 트랙 내부와 유해 근처에 두 개의 로봇 팔을 배치해 해골이 반원형 트랙에 둘러싸이게 했습니다.

카메라는 각각 세 곳에 배치했는데 하나는 로봇 팔에 장착했고, 또 하나는 트랙을 따라 이동하며, 마지막 하나는 내부와 외부의 관찰자 역할로 트랙 바깥에 두었습니다. 트랙이 만드는 원 안에는 태양의 위치에 따라 거울을 조정하는 장치인 헬리오스타트(heliostat)를 두었습니다. AI는 로봇 팔과 헬리오스타트를 조작하며 카메라의 촬영 각도와 시점을 결정카지노 노말. AI가 편집한 영상은 시작과 끝이 없는 형태로 계속 송출됩니다. 이러한 광경은 마치 AI가 발굴한 인간의 유해에 종교적인 장례 의식을 수행하는 것과도 같이 느껴집니다.
피에르 카지노 노말 &lt;카마타 Camata&gt;(2024-현재) / 사진제공. 리움미술관
뇌도 감정도 생각도 없는 존재의 형상

영상 작품 <리미널(Liminal)(2024~현재)은 인간을 닮았으나 인간이 아닌, 애매한 존재를 형상화카지노 노말 있습니다. 리미널은 '문턱(threshold)'을 뜻하는 라틴어 리멘(Limen)에서 유래한 단어로 ‘경계’를 뜻합니다. 그곳은 “생각지도 못한 무언가가 출현할 수 있는 과도기적 상태”로 서로 다른 세계가 연결되는 중간 통로와도 같습니다. 작품에서 어둠이 얼굴을 집어삼킨 듯 눈코입이 없는 알몸의 여성이 끊어질 듯 묘하게 이어지는 동작으로 움직입니다. 무한하게 평평한 표면에서 손을 쳐다보다 바닥을 기어다니는 몸짓은 기괴하며 공허해 보입니다. 머리와 뇌를 지니고 있지 않아 스스로 사고하는 법을 잃어버린 존재가 주체성을 상실한 채 방황의 늪에 빠진 것 같기도 합니다.

몸은 막(membrane)과 같은 껍데기일 뿐 움직임을 결정하는 건 고도화된 AI입니다. 미리 프로그래밍한 것이 아니라, 센서가 온도, 빛, 관객 등 실시간 변화하는 환경 조건을 감지해 반영한 움직임입니다. 인간의 뇌가 작동하는 원리를 모사한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 ANN)은 형상의 몸짓을 데이터로 파악해 이어질 동작을 지시합니다. 리미널의 형상은 인간을 닮아있으나 인간이 아닌, 애매한 경계에 놓여 있습니다. 동시에 인간이 감각카지노 노말 사고하는 방식은 무엇으로 결정되는 것인지 짚어보게 합니다.
피에르 카지노 노말 &lt;리미널 Liminal&gt;(2024-현재) / 사진제공. 리움미술관
카지노 노말을 카지노 노말답게 만드는 본질

휴머노이드(인간형) AI 로봇을 비롯한 비인간 존재의 출현에 당혹감과 놀라움을 겪는 시대에 작가는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에서 공존의 미래를 그려보게 카지노 노말. 인간 존재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는 작가의 마음을 헤아려봅니다. AI 시대에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건 무엇인지 자문하면서 말이지요.세계적인 예술가인 피에르 카지노 노말는 정답을 파악하고 완벽하게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게 합니다. 일단 감각을 열어 호기심 가득한 아이처럼 순간의 인상에 반응하고, 뒤돌아서서는 의식에 떠오르는 질문의 끈을 이어 나가보는 건 어떨까요. 난해함마저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한 편의 시처럼 음미하는 순간, 기묘하게 아름다운 세계가 눈앞에 다가올 것입니다.
피에르 카지노 노말 《리미널》, 2025, 전시전경 / 사진. ⓒLESS 레스, 제공. 리움미술관
김민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