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이 이명박 정권을 끝까지 위협할 마의 수렁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청와대나 총리실 관련자들이 몸부림치지만 그럴수록 점점 더 수렁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그러다 결국 한 발짝만 더 디디면 끝장인 상황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이미 화살은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이제 총선이 턱 앞인데 불법사찰의 시커먼 먹구름이 대선까지 뒤덮을 태세여서 정책과 공약 얘기가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다. 언뜻 ‘어떡하지, 어떡하지’란 TV 광고카피가 들려오는 것 같다. 단임제 카지노 승률 임기 말은 늘 불안하게 마련이지만 그 정도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탄핵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카지노 승률 평화로운 퇴임은 사실상 어렵게 됐고 누구에게 몸을 의탁할지조차 분명치 않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으레 불법사찰에 대한 동기와 유혹이 생기는 계기는 권력 내부에 있다. 정권의 이너서클 안에서 사찰의 결과물, 즉 정보와 동향에 대한 수요와 공급, 유통의 구조가 생성된다. 권력의 입장에서 자신을 위협하는 인물이나 세력들을 조사하고 뒤를 캐고 싶은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감시와 미행, 도청, 분석 등 갖가지 수단들을 동원해 뒤를 캐는 작업은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이 은밀한 수급과 유통의 구조는 주로 권력의 심부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고 외부에서 밝혀내기 어렵지만, 그만큼 폐해도 심각하다. 국민이 공권력의 감시와 사찰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민주주의는 붕괴된다. 헌법교과서에서 배운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위협받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권력 내부에는 그 불법성과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공유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정권획득 과정에서의 기여와 충성을 토대로 권력 내부에서 실세로 등장하는 라인들이 종종 충성경쟁이나 집단사고에 사로잡혀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이들은 때로는 ‘한번 알아 보라’는 하명을 받아, 때로는 스스로 주군이 필요로 할 것이라고 여기거나 그 구미에 맞는 정보를 준비해 대령하는 데 몰두한다. 많은 경우 이들이 직접 하기 마땅치 않은 궂은 일들을 ‘사람을 불러’ 시행하곤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지 못하거나 간파했더라도 제대로 방비하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권력누수, 복지부동과 기회주의, 내부자 이탈 등으로 상징되는 단임 카지노 승률제의 임기 말 징후들이 이런 위험의 발현에 적합한 환경조건을 제공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민간인 불법사찰이 있었는지, 어느 선에서 어떻게 이뤄졌는지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한다. 반면 이 문제가 쉽사리 종결되리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야당, 특히 민주통합당은 문제를 총선을 넘어 대선까지 쭉 끌고 가고 싶어한다. 그리고 이를 막을 길이 없다. 청와대가 나서 불법사찰은 지난 정권에서도 있었던 일이라 하고 정치공세니 과장이니 하며 반박을 시도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문제를 특검에 맡기고 재발방지 대책과 민생에 집중하자던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의 희석식 회피 기동도 효험이 없기는 마찬가지고 오히려 어설픈 위기대처 능력을 드러내 주었을 뿐이다. 야당의 의도가 무엇이든, 옳든 그르든, 이것이 그 어떤 이슈보다도 정치적인 문제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선거에 대한 영향이 아니다. 이번이야말로 고질적인 악습의 고리를 끊을 기회임을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밀은 없다. 임기 말 권력누수와 이반현상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권력의 불순한 시도는 아무리 은폐하려 해도 결국은 드러난다. 요즘 같은 전방위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시대에 제 아무리 정부라 해도, 정부가 아무리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다. 그러니 정부가, 권력을 쥔 자가 이제 깨달아야 한다. 누가 정권을 잡든 촛불로 당한 마음 뒷조사로 풀려다가 낭패를 당한 일을 거울삼도록 분명한 선례를 남겨야 한다. 우리가 경제발전과 함께 잡았다고 여겨온 또 하나의 토끼가 과연 민주주의인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위험은 밖에서도 오지만 정작 두려운 것은 내부의 위험이다. 우리가 추구할 민주주의의 다음 단계가 정치권력의 내부 통제로부터 시작돼야 할 이유다.

홍준형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카지노 승률 공법학회 회장joonh@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