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갑부 카를로스 카지노 룰렛이 네덜란드 통신사 지분 확대를 추진 중이다. 유럽 재정위기를 기회로 삼아 유럽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사업의 불확실성 탓에 증시에선 냉담한 평가가 내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카지노 룰렛이 이끄는 아메리카모바일이 네덜란드 통신업체 KPN에 지분 23.2%를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9일 보도했다. 카지노 룰렛이 제시한 금액은 32억 유로다. 거래가 성사될 경우 카지노 룰렛의 지분율은 현재 4.8%에서 28%까지 늘어난다. KPN은 인수가격이 지나치게 낮다며 제안을 거절했다.

카지노 룰렛이 KPN 지분 확보에 나선 것은 재정위기 여파로 가치가 떨어진 유럽 기업들을 헐값에 사들이기 위해서란 분석이 나온다. KPN의 시장가치는 작년에 40%나 떨어졌다.

데미안 프레이저 UBS 애널리스트는 “침체된 시장에서 저평가된 자산을 사들여 키우는 카지노 룰렛의 보편적인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카지노 룰렛은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0년대 초 두 나라의 통신 기업을 인수해 큰 수익을 냈다. 또 멕시코가 페소화 저평가로 어려움을 겪던 1970년대 말 휴대폰과 광산업 등에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상당한 이익을 챙겼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카지노 룰렛이 치열한 경쟁과 엄격한 규제로 악명 높은 유럽 시장에 진입한 것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8일 뉴욕 증시에서 아메리카모바일 주가는 유럽 사업의 불투명성이 제기되며 9.6% 폭락했다.
임기훈 기자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