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22일 “사업계획 중 줄일 수 있는 것은 다 줄여라”는 긴급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현대·기아차는 공장 신·증설과 설비투자 보류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사업계획을 작성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삼성전자도 2조2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던 경기도 화성의 반도체 공장 17라인 건설을 중단했다. 삼성그룹 임원들은 매일 오전 6시30분에 출근하는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간 상태다.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이 “어려울 때 실력이 드러나는 것”이라며 위기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초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포스코는 70여개 계열사 중 10여개를 줄일 것으로 전해졌다. 불확실 불안정 불연속의 ‘3불시대’에 대한 선제적 대응 체제를 갖춰 글로벌 경기 침체 대처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회사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 감소, 1조원 클럽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기업들이 잇따라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는 것은 당연히 경기 침체가 심상치 않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올해 국내 성장률은 2%대로 추락하는 반면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00원 밑으로 떨어졌다. 당장 미국 재정절벽이 문제지만 유럽의 재정위기도 하루이틀 안에 끝날 상황이 아니어서 내수와 수출이 모두 위축되는 이중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의 장기 불황과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컨설턴트 해리 덴트는 “카지노 사이트 코스피지수가 2~3년 안에 1000포인트 밑으로 떨어지고 부동산 가격은 50% 정도 폭락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올 1분기까지 5분기 연속 증가했던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지난 2분기 3.5%, 3분기엔 6.0% 감소한 것은 이 같은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일자리를 죽이고 기업의 생사를 위협하는 소위 경제민주화 선동 정치에 열을 올린다. 증오와 질투의 정치학일 뿐이다. 선(善)한 동기로 포장돼 있지만 결과적 자멸의 길이다. 서울에 나와 있는 일본 특파원들이 “카지노 사이트의 경제민주화가 일본 기업에 회생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는 정도다. 물론 가벼운 농담 투의 비판이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진실을 담고 있다. 나중에 누가 책임이라도 질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