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꽁 머니 카지노(二刀流)의 비결
비발디, 파가니니 등과 더불어 역사상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25명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된 독일 ‘현(絃)의 여왕’ 율리아 피셔(40). 어머니처럼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던 그는 오빠가 피아노를 치는 바람에 바이올린을 선택했지만, 피아노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여덟 번 콩쿠르에 참가해 모두 상을 받았는데 다섯 번은 바이올린으로, 세 번은 피아노로 수상했다. 양손의 칼을 동시에 사용하는 일본 검법처럼 그는 ‘클래식계의 꽁 머니 카지노(二刀流)’다.

LA에인절스의 오타니 쇼헤이는 현대 야구에선 불가능하다는 투타 겸업으로 일본과 미국 프로야구계를 모두 정복했다. 일본에서 고등학생 때 이미 구속 165㎞를 찍은 오타니는 104년 만에 베이브 루스의 10승-10홈런을 넘어 15승-34홈런의 대기록을 세웠다. 아시아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만장일치 MVP에도 올랐다.

미국프로풋볼(NFL) 연봉 킹인 그린베이 패커스의 쿼터백 에런 로저스는 얼마 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 대회에서 아마추어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오는 13일 열리는 NFL 결승전 ‘슈퍼볼’을 준비하고 있어야 했지만, 팀이 8강에서 탈락하자 ‘플랜B’로 골프대회에 참가해 내친김에 우승까지 했다.

‘양발의 달인’ 손흥민도 꽁 머니 카지노다. 그의 주발은 오른발이지만 이른바 ‘손흥민 존’이라는 페널티박스 오른쪽 모서리 부근에서 왼발로 감아 차는 골은 가히 예술이다. 손흥민의 축구 스승인 부친 손웅정 씨는 선수 시절 오른발 축구화 혀 쪽에 압정을 꽂아 오른발을 쓰면 찔리도록 하면서 왼발 연습을 했다고 한다. 손흥민은 어렸을 때부터 발 씻을 때나 양말·신발 신을 때, 옷 입을 때, 운동장에 들어설 때조차 왼발부터 시작하도록 배웠다.

대가들은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다. 오타니는 MVP가 확정된 날 “기념 파티는 없다. 내일 훈련이 있어서 일찍 자야 한다”고 했다. 손흥민이 독일 분데스리가 첫 골을 넣은 날 부친은 아들을 꼭 안아 준 뒤 노트북을 압수했다. 인터넷 댓글 보느라 뒤척이지 말고 일찍 자라고. “오만은 사람이 죽은 뒤 세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관에 들어온다”고 손씨는 책에 썼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