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룰렛 들려준 '쇼팽의 첫사랑'…짙은 애수와 뜨거운 열정 쏟아졌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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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카지노 룰렛
발트 앙상블과 협연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9번
명징한 아티큘레이션·역동적 리듬…입체감 살아나
카지노 룰렛 피아노 협주곡 2번
격렬한 타건으로 비극적인 정취 드러내
청아한 음색·섬세한 터치…긴장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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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9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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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한 타건으로 비극적인 정취 드러내
청아한 음색·섬세한 터치…긴장감 고조


그가 발트 앙상블(체임버 오케스트라)과 함께 들려준 첫 곡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9번 ‘죄놈’이었다. 모차르트가 법적으로 성년이 된 시기에 작곡한 이 곡은 깊은 감정 표현과 거대한 규모 덕분에 모차르트의 첫 번째 걸작으로 불린다.
카지노 룰렛은 가벼우면서도 명료한 터치와 유려한 손가락 움직임으로 모차르트의 맑은 서정을 펼쳐냈다. 왼손으로는 다정하면서도 묵직한 음색을, 오른손으로는 모차르트다운 깔끔한 트릴과 역동적인 리듬을 엮어냈다. 서로 다른 두 가지 색채가 대화하듯 움직이면서 입체감이 살아났다.
카지노 룰렛의 연주는 정확하면서도 노련했다. 선율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가운데 아티큘레이션(각 음을 분명하게 연주하는 기법)은 놀라울 정도로 명징했고, 강렬한 표현의 순간은 놓치는 법이 없었다.

카지노 룰렛은 시작부터 격렬한 타건으로 단숨에 쇼팽 특유의 비극적인 정취를 소환했다. 그는 건반을 누르는 깊이와 무게, 피아노의 배음과 잔향의 효과를 예민하게 조절하면서 쇼팽의 다채로운 감정선을 살려냈다. 매끄러우면서도 우아한 음색과 건반을 스치는 듯한 섬세한 터치로 짙은 애수를 드러내다가 점차 건반을 내려치는 강도를 높여가며 뜨거운 열정을 쏟아내는 그의 연주는 숨 막힐 듯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3악장에선 역동적인 폴란드 춤곡 마주르카의 맛이 온전히 살아났다. 하나의 선율 안에서 밀도를 달리하며 유연하게 움직이는 손놀림과 단단한 음색은 카지노 룰렛 기품과 활기를 동시에 펼쳐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음의 파장을 넓게 펼치면서 공연장을 쩌렁쩌렁 울리다가도 돌연 소리의 진동을 줄여 극도의 박진감을 만들어내는 실력은 일품이었다. 강한 집중력으로 선율을 쉼 없이 몰아치면서 장대한 악상을 토해내는 그의 연주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와 환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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