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스테-하델리히 만난 서울시향…절반이었지만 찬란했던 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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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5일 서울시향 정기공연 리뷰
유카-페카 사라스테 지휘
아우구스틴 하델리히 협연
유카-페카 사라스테 지휘
아우구스틴 하델리히 협연

이후에도 그는 라벨 ‘다프니스와 클로에’(2019년 5월), 브루크너 교향곡 제3번(2022년 9월) 등 공연에서 꾸준히 서울시향을 지휘했고, 이 모두가 준수한 수준 이상이었기에 지난 25일 서울시향 정기공연에 거는 기대는 특히 컸다. 게다가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라면 핀란드 지휘자로서는 눈감고도 지휘할 수 있는 곡이 아니던가. 덴마크 작곡가인 닐센 역시 사라스테 정도 되는 지휘자가 못할 리 없다 싶었다. 나라가 다르더라도 북유럽 음악가들은 다른 북유럽 작곡가들의 음악 역시 제대로 해석해야 마땅하다는 ‘암묵의 룰’ 같은 게 있다.

서울시향의 연주가 상쾌한 질주와 거리가 있었다는 건 그 자체로는 이해할 만하다. 연주해본 적이 없었던 곡인 만큼 마구 내달리기가 부담스러웠을 터이다. 관현악곡 치고는 유난히 현악기군에 고도의 기교를 요구하는 곡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모든 세부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제대로 효과가 나는 곡에서, 이처럼 군데군데 삐걱거린 연주는 그걸 감안하더라도 잘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앙코르로 연주한 조니 캐시의 ‘오렌지 블라섬 스페셜’에서는 눈이 돌아갈 만큼 휘황찬란한 기교를 보여주었고, 두 번째 앙코르인 카를로스 가르델의 탱고 ‘포르 우나 카베사’(‘머리 하나 차이로’라는 뜻으로, 영화 <여인의 향기에 사용되어 더욱 유명해졌다)에서는 다채롭고 농밀한 표현력을 보여주었다. 사라스테 역시 오케스트라를 물 흐르듯 이끌어갔지만, 1악장에서는 바이올린과 서로 잘 안 맞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문제는 뒤로 갈수록 나아졌지만, 핀란드 지휘자에게서 기대할 만한 수준의 연주는 아니었다. 그 지휘자가 사라스테라면 더욱더.

황진규 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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