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Arm, 대만 TSMC, 네덜란드 ASML. 세 기업의 공통점은 반도체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기반을 갖췄다는 것이다. 각각 설계, 파운드리(수탁 생산), 첨단 노광 장비 분야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의 굳건한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세 회사 입지는 더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성능, 저전력 반도체 제조에 필수여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30년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전력량은 미국 전역의 8%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3%에서 세 배 가까이 증가하는 것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생산하는 ASML만 해도 AI 시대 최대 수혜자다. 반도체 선폭을 나노 단위로 계속 줄여 칩 성능을 개선하려면 EUV가 필요하다. 미국 정부가 EUV 중국 수출 금지령을 내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ASML EUV를 중국의 추격 속도를 늦출 마지막 방파제로 보고 있다.

TSMC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 칩 최대 공급사인 엔비디아가 생산을 맡기는 유일한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이다. 파운드리 분야에선 2위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3사가 선택과 집중으로 독보적 기술을 확보해 다른 기업이 따라오지 못할 플랫폼을 구축한 게 최대 장점이라고 분석한다.

케임브리지=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