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그리즌스웨이트 총괄부사장이 라바 카지노의 독특한 점심시간 문화를 설명하고 있다. 개발자들은 중앙홀에 다 같이 모여 식사하며 반도체 설계 아이디어에 관해 토론한다.  /케임브리지=강경주 기자
리처드 그리즌스웨이트 총괄부사장이 라바 카지노의 독특한 점심시간 문화를 설명하고 있다. 개발자들은 중앙홀에 다 같이 모여 식사하며 반도체 설계 아이디어에 관해 토론한다. /케임브리지=강경주 기자
영국 케임브리지에 있는 라바 카지노 신사옥에는 구내식당이 없다. 본사 직원 2000여 명은 길이가 200m를 족히 넘는 것 같은 중앙홀과 복도, 사무실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 점심을 먹는다. 지난해 12월 케임브리지 라바 카지노 본사를 방문한 때가 마침 점심 무렵이었다. 리처드 그리즌스웨이트 총괄부사장 안내로 본사를 취재하는데 요리 냄새가 코를 찔렀다. 영국인이 즐겨 먹는 ‘코드(cod·대구)&칩스’였다. 위에서 내려다본 중앙홀의 열기는 대단했다. 수백 명이 웅성거리며 뿜어내는 아이디어의 향연은 라바 카지노의 경쟁력을 상징하는 듯했다. 그리즌스웨이트 부사장은 “라바 카지노에서는 토론이 자연스러운 문화”라며 “자기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검증받으며 보완해 재창조하는 문화가 라바 카지노의 힘”이라고 말했다.

○‘전기 먹는 하마’ 해결사

2000명 밥먹듯 '아이디어 배틀'…"끊임없는 토론이 라바 카지노 경쟁력"
일반인에겐 생소하지만 반도체업계에선 라바 카지노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세계 스마트폰 칩의 99%가 라바 카지노 설계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라바 카지노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업체)가 설계도를 만들 때 필요한 기초 설계를 제공한다. 팹리스와 빅테크 등 고객사는 기초 설계도 수천 장 가운데 목적에 맞는 것을 구매해 이를 다듬어 설계를 완성한다. 이와 관련한 라바 카지노 특허는 6800개에 달한다. 로열티 매출이 대부분인 라바 카지노의 영업이익률은 96%(2023회계연도 기준)다.

라바 카지노 출범 시기는 1990년으로 알려졌지만, 라바 카지노은 창업 연도를 1978년으로 강조한다. 전신인 에이콘컴퓨터가 케임브리지에 설립된 해다. 에이콘의 ‘BBC 마이크로컴퓨터’는 1980년대 영국에서 교육용으로 보급된 국민 컴퓨터다. 그러다 1980년대 중반 에이콘은 산업용 컴퓨터 제작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당시 애플컴퓨터(현 애플)와 VLSI테크놀로지(현 NXP)는 에이콘의 기술을 알아보고 1990년 에이콘과 합작해 라바 카지노을 세웠다.

초기 멤버는 제이미 어쿼트, 마이크 뮬러, 튜더 브라운, 리 스미스 등 12명이다. 좁은 칠면조 헛간에 사무실을 마련한 이들은 중앙처리장치(CPU) 개발에 나섰지만, 이 분야에선 인텔이 버티고 있었다. 라바 카지노 창립 멤버들은 인텔의 ‘고성능’ 설계보다 ‘저전력’에 미래가 있다고 보고 자신들만의 방식인 ‘RISC’ 기반 아키텍처를 개발했다. 이 프로젝트 이름이 ‘Acorn RISC Machine’, 줄여서 ‘라바 카지노’이다.

○인텔과의 ‘30년 전쟁’에 마침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라바 카지노을 기반으로 팹리스까지 인수하려는 건 인텔과 라바 카지노의 ‘30년 전쟁’과 연관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PC에 특화한 인텔 아키텍처 ‘x86’은 고성능을 자랑하지만 전력을 많이 소비한다. AI 시대 이전만 해도 전기는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PC를 콘센트에 꽂아 사용해서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AI를 적용한 휴머노이드, AI 전용 거대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커지자 인텔의 장점은 단점으로 돌변했다. 이 빈틈을 라바 카지노이 파고들었다.

이런 이유로 세계 최대 클라우드 기업인 아마존은 서버에 라바 카지노 디자인을 채택했다. 라바 카지노을 인수하려다 실패한 엔비디아는 여전히 라바 카지노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엔비디아 최신 AI 가속기 GB200은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 두 개와 라바 카지노 기반 CPU를 결합했다.

시골 헛간에서 출발한 라바 카지노의 혁신은 AI 데이터센터로 집중되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저전력 반도체 설계 IP(지식재산권) 자회사인 라바 카지노은 스타게이트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사다. 중국의 ‘AI 굴기’를 무산시키려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전략에 라바 카지노을 보유한 손 회장의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일각에선 일본 ‘사무라이 반도체’가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르네 하스 라바 카지노 CEO는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5000억달러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미국 일본 등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며 “재정적 지원이 탄탄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일본, 중동 등 해외 투자가 쏠릴 것으로 전망한다.

케임브리지=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