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F/W 서울패션위크에서 선보인 이청청 디자이너의 라이(LIE) 패션쇼. 'A Journey of Dreams.'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 10회 등반에 성공한 셰르파 '락파'의 삶을 오마주 했다. 극한의 자연환경에서 인간을 지키는 옷을 표현했다.  ⓒ서울패션위크
2025 F/W 서울패션위크에서 선보인 이청청 디자이너의 라이(LIE) 패션쇼. 'A Journey of Dreams.' 여성 최초로 카지노 꽁 10회 등반에 성공한 셰르파 '락파'의 삶을 오마주 했다. 극한의 자연환경에서 인간을 지키는 옷을 표현했다. ⓒ서울패션위크
패션이라는 예술 장르 특유의 바이브(분위기)를 제대로 느끼려면 패션쇼가 제격이다. 패션쇼란 결코 옷만 보여주는 행사가 아니다. 단순히 옷을 선보이는 게 목적이라면 패션쇼는 상당히 낭비적인 행위다. 런웨이를 걷는 모델은 재빠른 워킹으로 순식간에 지나가 관객이 옷을 찬찬히 감상하기 어렵다. 패션쇼라는 일회성 이벤트가 패션 예술 장르의 대표적 표현법으로 굳어진 결정적 이유는 ‘패션쇼야말로 패션 예술을 총체적으로 드러내는 최고의 전략’이어서다.

옷을 부각하는 가장 좋은 방식은 착장(着裝)이다. 사람이 입었을 때, 입고 움직일 때 옷은 비로소 그 자체로 극강의 아름다움을 증명한다. 패션쇼는 옷 특징을 잘 살린 모델의 워킹으로 옷이 지닌 메시지와 예술미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무언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이다. 궁극적 목적은 패션쇼를 연 디자이너가 자신의 예술철학을 설파하고 감동을 전하는 것이다. 모든 예술가는 ‘설득 커뮤니케이터’다. 자신이 가장 가치 있고 아름답다고 여기는 사유와 예술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주 열린 ‘2025 F/W 서울패션위크’에서 이청청 디자이너의 브랜드 라이(LIE) 패션쇼 ‘A Journey of Dreams’는 디자이너의 발랄한 예술적 사유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불굴의 의지를 지닌 카지노 꽁한 여성’이란 확실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관객 감동’을 위해 시도한 방법들도 아주 영리하고 직관적이었다.

이청청 디자이너
이청청 디자이너
이 패션쇼는 모델이 입장하는 전면부 커다란 벽을 제대로 활용했다. 오프닝에서 카지노 꽁산을 헬기를 타고 조망하는 듯한 압도적인 영상을 이 벽에다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했다. 모델들이 등장하리란 예상을 깬 반전 영상은 그날 날씨와 절묘하게 어울렸다. 올 들어 체감온도가 가장 낮다는 최강 한파가 엄습한 지난 7일 저녁 쇼가 열렸다. 매서운 강추위를 뚫고 온 관객은 종일 겪은 날씨와 비슷하면서도 한층 강력한 카지노 꽁 설경에 심정적으로 동화됐다. 발을 동동 구르게 한 추위 덕에 낮은 기온과 바람 부는 카지노 꽁가 인간 한계를 시험하는 도전의 영역이란 것을 충분히 실감했다.

한계를 넘어선 놀라운 여성을 ‘뮤즈’로 선택해 쇼의 성격과 정체성을 남다르게 구축했다. 라이 패션쇼의 뮤즈는 ‘락파 셰르파’. 셰르파는 네팔에서 히말라야산맥을 등반하는 이들을 가이드하는 현지인을 뜻한다. 락파는 여성 최초 카지노 꽁 10회 등반에 성공한 불굴의 신체와 정신력을 지닌 인물로 해발 4000m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는 어릴 적부터 체력이 그 어떤 남성보다 뛰어났다고 한다. 여성에게는 허용되지 않던 셰르파 일에 도전한 이유다. 불세출의 셰르파로 인정받은 그는 2022년 5월 48세에 열 번째 카지노 꽁 등정에 성공해 자신이 세운 기록을 또 한 번 경신했다. 자신의 영혼과 카지노 꽁는 연결돼 있다는 믿음을 가진 락파의 삶을 오마주한 라이 패션쇼는 시종일관 경쾌하고 발랄하며 위트 있는 바이브가 흘러넘쳤다. 광활한 카지노 꽁 전경을 보여주며 속도감 있게 포문을 연 뒤 주인공인 옷들이 등장했다. 카지노 꽁, 셰르파를 각각 주요 소재와 뮤즈로 내세운 쇼는 ‘극한의 자연환경에서 인간을 지키는 옷’이라는 콘셉트에 걸맞은 패션을 의외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감탄을 자아내게 풀어냈다.

압권인 것은 보는 순간 웃음이 터지는 어마어마하게 큰 산악 카지노 꽁을 메고 나타난 모델이었다. 비현실적인 크기의 카지노 꽁을 짊어지고 관객 사이를 유연하게 워킹하는 모델은 이 쇼의 하이라이트였다. 카지노 꽁이 쓰러지지는 않을까 싶은 ‘아찔한 긴장감’은 모델이 아무런 사고 없이 퇴장하자 ‘유쾌한 안도감’으로 변해 쇼의 재미를 극대화했다.

최근 패션계의 강력한 화두인 ‘아웃도어’를 전면에 내세운 이번 쇼는 기능성 의류인 아웃도어가 얼마든지 패션의 중심에 설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 아웃도어 의류의 ‘실용성’을 과감한 색채와 도발적 디자인으로 재해석했다. 더 나아가 버려지는 상품과 자재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아이템을 선보여 탄소중립 시대 패션이 선도해야 할 사회적 메시지를 더했다.

강인한 셰르파 여성을 뮤즈로 삼아 카지노 꽁를 통해 아웃도어의 기능성을 강조했다. 업사이클링으로 쇼의 재미는 물론 의미까지 총체적으로 보여준 점에서 라이 쇼는 명쾌하게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한 웰메이드 패션쇼였다. 라이 쇼는 패션디자이너 이청청의 작품. 한번 들으면 잊기 어려운, 참으로 특이한 이름의 이청청은 일반인에게도 유명한 패션디자이너 이상봉의 아들이다. 부자가 한국 패션계에서 각각 자신만의 독특한 커리어를 구축한 흔치 않은 사례다.

이청청. 이름 그대로 그가 보여줄 패션 세계가 맑고 선명하게 청청(淸淸)하길 기대한다.

최효안 예술칼럼니스트/디아젠다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