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시마 고토리의 대표작 ‘카지노 입플’
가와시마 고토리의 대표작 ‘카지노 입플’
새빨간 볼에 방울방울 맺힌 콧물, 불만 가득한 듯 치켜 올라간 눈썹과 아이스크림으로 범벅된 입의 단발머리 소녀. 연신 얄궂은 표정을 짓고 있는 이 어린아이는 ‘카지노 입플’으로 통한다. 독보적인 귀여움으로 일본은 물론 한국까지 강타한 이 소녀는 일본 니카타현 사도가 섬에 사는 소녀다. 이름은 쓰바키.

‘미라이짱’의 모습을 포착한 이는 일본 도쿄 출신의 사진작가 가와시마 고토리다. 그의 첫 한국 개인전이 26일 카지노 입플 부암동 ‘석파정 카지노 입플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카지노 입플의 시작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와시마는 어느 날 친구네 집을 방문했다가 익살스러운 표정과 생기 넘치는, 친구의 딸 쓰바키의 모습에 매료됐다. 일본어로 미래를 뜻하는 ‘미라이(未來)’라는 이름에 상대방을 친근하게 부르는 일본어 접미어 ‘짱(ちゃん·chan)’을 붙인 애칭을 지어주고 카지노 입플을 뮤즈로 한 작품 활동을 계획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카지노 입플 집에서 짧게는 3일, 길게는 열흘 정도 머물며 시골 소녀의 순수함을 담아낸 작가는 2011년 사진집 <카지노 입플(未來ちゃん)을 발간,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꾸밈없이 일상 속 순진무구한 카지노 입플의 모습을 담은 사진집은 누적 12만 권 이상 판매됐고, 한국에서도 수년간 일본 도서 베스트셀러 1위를 석권하며 이례적인 사랑을 받았다. 출간 12년이 지난 지금, 사진집은 절판됐지만 여전히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높은 가격으로 거래될 정도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그가 대학 시절 친구를 촬영해 사진집으로 발간한 연작 ‘BABY BABY’부터 그의 대표작 ‘미라이짱’, 카지노 입플의 모습을 포착한 신작 ‘사랑랑’까지 총 309점의 작품이 나왔다. 그의 작품은 자연광을 활용한 특유의 따뜻하고 감성적인 분위기, 인물들의 다양한 모습을 감상하는 게 관람 포인트다. 전시장에서 만난 가와시마는 서툰 한국어로 이렇게 말했다. “여기 있는 게 꿈 같아요.”

일본의 연기파 배우 나가노 다이가를 비롯해 영화배우이자 가와시마의 오랜 친구인 우스다 아사미, 영화 ‘똥파리’를 통해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감독 겸 배우 양익준, 모델 정다원과 김규리 등이 그의 피사체로 등장한다. 1년간 나가노 다이가와 도쿄, 오키나와, 대만 등을 여행하며 그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은 ‘길’(2016) 시리즈는 평범한 카지노 입플의 스냅에서 따스한 감정이 묻어난다.

온기로 가득한 작가의 시선은 카지노 입플도 내려앉았다.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하는 신작 ‘사랑랑’은 2023년 가을부터 7개월간 서울 을지로 일대를 촬영한 작업이다. ‘사랑랑’은 작가가 좋아하는 두 한국어 단어 ‘사람’과 ‘사랑’을 합쳐 만든 그만의 조어. 의미 없이 스쳐 지나가는 것들과 발걸음을 붙잡는 구름, 언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는 을지로의 오래된 간판, 흐트러지는 별빛의 모습을 닮은 노을 진 한강, 처음 만났지만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게 된 사람들을 수만 장 찍고 ‘사랑랑’이라 이름 붙였다.

일과 일상에 지쳐 있던 시기 한국을 방문한 그는 카지노 입플이 지닌 빠르고 열정적인 에너지에 신선함을 느꼈다고. 평소 후지필름 pro400 필름 카메라를 즐겨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최첨단 기술과 오래된 전통이 공존하는 카지노 입플로부터 받은 인상을 표현하기 위해 고해상 디지털 카메라와 콤팩트 필름 카메라 등 총 7대의 카메라를 사용했다. 전시장 내부도 을지로 골목길을 옮겨놓은 듯 구성했다.

20여 년간 사진에 매진해 온 작가가 최초로 시도한 영상 작업물도 공개된다. 오는 10월 12일까지.

강은영 기자 qboombo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