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거장이 만들어 낸 기이하고 카지노 꽁돈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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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위그 '리미널'展
인간과 非인간의 경계 등
철학적 질문 던지는 설치미술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찬사
리움미술관서 아시아 최초 전시
인간과 非인간의 경계 등
철학적 질문 던지는 설치미술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찬사
리움미술관서 아시아 최초 전시

프랑스 출신 작가 피에르 위그(63)는 이 같은 카지노 꽁돈이고 기이한 작품을 세상에서 가장 잘 만드는 예술가 중 한 명이다. 베네치아 비엔날레와 카셀 도쿠멘타에 단골로 참가하고,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밥 먹듯 개인전을 여는 게 그 증거다. 지난해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전시는 여러 해외 매체에서 ‘2024년 최고의 전시’로 꼽히며 찬사를 받았다.
그 전시에 나왔던 작품들을 지금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열리는 위그의 개인전 ‘리미널’(경계)에서 볼 수 있다. 베네치아 피노컬렉션 미술관과 리움미술관 등이 공동 기획한 신작 등 최근 10여 년간의 주요작 12점이 나왔다. 그의 개인전이 아시아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거장이 묻는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명화는 좋아하지만 현대미술은 싫다’는 사람이 많다. 별것 아닌 작품을 장황한 이론과 설명으로 포장한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리미널’은 이런 생각을 바꿀 만한 전시다. 배경지식이나 이론을 몰라도, 명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도 ‘눈앞에서 뭔가 굉장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전시는 미술관의 블랙박스 공간에서 시작한다. 처음부터 관객은 자기 발조차 볼 수 없는 어둠에 압도당한다. 그렇게 잠시 걷다 보면 대형 영상 작품 ‘리미널’을 마주하게 된다. 작품 속에서 기괴하게 움직이는 나체의 여성은 인간이 아니라 ‘인간을 닮은 무언가’다. 얼굴이 있어야 할 곳에 자리한 텅 빈 어둠, 꿈틀대는 듯한 움직임은 관객들에게 본능적인 거부반응과 카지노 꽁돈을 준다. 이 작품이 인공지능(AI)과 센서를 통해 주변 환경에 반응하고, 동작과 목소리를 ‘학습’해 ‘성장’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섬뜩함이 더 커진다.
이어 등장하는 영상 작품 ‘휴먼 마스크’(2014)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텅 빈 일본 후쿠시마 인근 식당에 원숭이를 데려가 촬영했다. 식당에서 접객하는 묘기를 훈련받은 이 원숭이는 일본 전통 가면인 노(能) 가면을 쓰고 훈련받은 동작을 반복한다. 인간을 흉내 내는 원숭이의 몸짓과 가면, 가발이 합쳐져 더욱 기괴하다.
작가는 이런 작품들의 의미를 직접 설명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감을 압도하는 작품과 공간, ‘경계’라는 전시 제목은 관객에게 여러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예컨대 인간의 의식이란 무엇이고, 학습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동물, 인공지능(AI) 등 인간이 아닌 것도 학습을 통해 의식을 가질 수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선은 어디에 그어야 하는지, 인간을 특별한 존재로 만드는 건 무엇인지 같은 것들이다.
그라운드갤러리 등 전시장에서는 배양기 속 암세포의 분열과 증식에 따라 편집되는 영상 작품 등 다양한 설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외계의 언어 같은 낯선 소리를 내뱉는 황금 가면 작품 ‘이디엄’이 신비로움을 더한다. 직접 봐야 그 강렬함을 느낄 수 있는 전시다. 7월 6일까지.
◇오랜만에 열린 ‘리움 보물창고’
미술관의 M2 공간에서는 ‘리움 현대미술 소장품전’이 열리고 있다. 삼성문화재단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리움미술관이 보유한 국내 최고의 현대미술 컬렉션 중 44점이 나왔다.오귀스트 로댕의 ‘칼레의 시민’이 단적인 예다. 1999년 서울 소공동에서 로댕갤러리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던 미술관 플라토가 2016년 문을 닫은 뒤 9년 만에 대중에 공개되는 걸작이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Ⅲ’, 마크 로스코와 이우환·장욱진의 회화 등 국내외 대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뚜렷한 주제는 없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감상을 유도했다”고 미술관은 설명한다. 다만 이런 구성 탓에 현대미술을 잘 모르는 관객에게는 불친절하고 산만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 상세한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오디오 가이드와 함께 관람하기를 권한다. 전시 기간은 미정.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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