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1억씩 모아도 빠듯"…카지노 사이트 맞벌이 부부, 밤마다 찾는 곳이
카지노 사이트 부부인 대기업 직원 A씨와 은행 직원 B씨는 매일 밤 9시께 집 앞 대형마트를 찾는다. 당일 판매되지 않은 제품을 대폭 할인하는 ‘떨이 상품’으로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꼭 필요한 생활용품은 다이소 초저가 상품이나 중고거래를 통해 마련한다. 매년 1억원을 저금해도 서울 ‘내 집 마련’이 빠듯하다고 판단해서다. 다만 ‘최애’(제일 좋아하는) 캐릭터의 한정판 굿즈가 나오면 주저 없이 백화점 팝업스토어로 달려간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물가가 날로 오르면서 2030세대의 소비 성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청년들은 ‘요노’(You Only Need One·하나만 있으면 된다)족을 자처한다. 한 번뿐인 인생을 즐기자는 ‘욜로’(You Only Live Once), 과시형 소비를 뜻하는 ‘플렉스’(flex) 등은 옛말이 됐다.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청년이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취향을 저격하는 경험·체험 소비에는 기꺼이 지갑을 여는 ‘팬덤 소비’ 경향은 더 강해졌다.

◇ 2030 수입차 구매, 4년새 20% ‘뚝’

5일 핀테크 기업 핀다에 따르면 지난해 2030세대가 백화점에서 결제한 금액은 4조2167억원이다. 전년 대비 5.6% 감소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2030세대가 명품 등 고가 제품 소비를 줄인 결과”라고 해석했다. 2030세대를 제외한 다른 연령대의 백화점 결제액은 같은 기간 7.4% 증가했다. 백화점을 떠난 2030세대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매장을 찾았다. 생활용품 매장인 다이소에서 지난해 2030세대가 결제한 금액은 5776억원으로 전년보다 12.2% 늘었다.

2030세대는 편의점에서도 ‘짠소비’를 이어갔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CU의 자체브랜드(PB) ‘득템 시리즈’ 매출 가운데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58%에 달한다. 득템 시리즈는 제조사브랜드(NB)보다 10% 이상 저렴하게 제공하는 가성비 상품이다.

2030세대의 자동차 구매도 크게 줄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30세대는 지난해 승용차 26만8665대를 구매(신규 등록)했는데, 이는 2020년(35만3852대) 대비 24.1% 줄어든 규모다. 같은 기간 40대 이상의 승용차 구매 대수는 15.3% 감소했다. 수입차 구매 대수는 더 줄었다. 2030세대의 수입차 구입 대수는 2020년 6만5601대에서 지난해 5만2227대로 20.4% 떨어졌다. 같은 기간 40대 이상을 보면 수입차 구매 대수가 7.3% 증가했다.

애플리케이션 사용량의 희비도 엇갈렸다. 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등 ‘명품 판매 플랫폼 빅3’의 2030세대 월간활성화이용자(MAU)는 2024년 2월 27만1327명에서 지난 2월 23만2415명으로 14.3% 줄었다. 반면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의 2030세대 사용량은 같은 기간 854만4725명에서 899만8188명으로 5.3% 늘었다.

◇ “최소한의 소비로 최대 만족 추구”

2030세대의 팬덤 소비 규모는 계속 늘고 있다. 평소에는 소비를 최소화하고 개인 취향에 맞는 상품에는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팝업스토어 성지로 불리는 더현대서울은 지난해 2030세대 매출 비중이 58%를 기록했다. 현대백화점 나머지 15개 점포 평균(24.8%)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팝업스토어의 콘텐츠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명품, 패션 브랜드 위주로 운영했다면 이제는 게임, 캐릭터, 웹툰 등으로 폭을 넓혔다. 지난달 더현대서울에서 열린 일본 애니메이션 굿즈샵 ‘점프숍’의 팝업스토어에는 매일 4000여 명에 달하는 현장 대기 고객이 몰렸다.

방석훈 KB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임금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부채 상환 부담까지 가중돼 청년층의 카지노 사이트적 지출 여력이 줄어들었다”며 “구두쇠처럼 절약하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소비로 최대한의 만족감을 추구하는 방식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미영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태어난 세대는 고도 성장기를 경험하지 못한 만큼 부모 세대와 달리 취업난·고물가 등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SNS를 통해 무지출 챌린지, 짠소비 경험을 널리 알리는 등 ‘요노 소비’라는 문화가 2030세대에서 공유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라현진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