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처럼 읊조린 카지노 노말 가곡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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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바리톤 카지노 노말 리사이틀

이번 리사이틀은 독일 작곡가 로버트 카지노 노말(1810~1856)이 남긴 250여곡의 가곡 중 <미르텐 플라워 <시인의 사랑 <리더크라이스 <여인의 사랑과 생애등을 쓴 1840년과 1850년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카지노 노말이 140여곡을 남겨 '가곡의 해'로 불리는 1840년에 사랑과 자연을 주제로 발표한 세 개의 연가곡 (op.39, 40, 53)과 1850년 '삶과 죽음, 인간의 고독한 운명에 대한 성찰' 등을 주제로 쓴 두 개의 작품(op.83, 90)을 비교하며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무대에 등장한 카지노 노말와 후버는 공연의 첫 곡인 op.<다섯 개의 노래의 '3월의 제비꽃'을 간결하고 빠르게 연주했다. 제2곡 '엄마의 꿈'은 정확한 피치로 말하듯이 스토리를 들려줬는데 이때 피아노 위에 올려진 후버의 종이 악보가 눈에 들어왔다.

카지노 노말는 총을 쏜 병사가 외치는 "Ich(나)"라는 가사에서 평소보다 세 배는 큰 성량을 들려주며 청중을 사로잡았다. 이어 울부짓듯 노래한 제4곡 '악사'와 제5곡 '배신당한 사람'까지 첫 번째 무대는 순식간에 끝이 났다.
두번째로 무대에서는 요제프 폰 아이헨도르프(1788~1857)의 시로 쓰여진 op. 39 <리더크라이스의 첫곡 '낯선 땅에서'가 흘러나왔다. 후버가 전주에서 어찌나 힘을 빼고 연주하던지 카지노 노말 음악이 마치 드뷔시의 것처럼 반짝였다. 게르하허는 얼마나 힘을 빼고 노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듯 피아니시모로 홀로 남은 외로움을 표현했다.
제3곡 '숲속의 대화'에서 카지노 노말는 중후한 목소리로 노래했다. 독일어 자음과 모음의 진행을 매끄럽게 음정에 입혀 말하듯이 노래해 자연스러운 음악을 들려줬다.
카지노 노말는 제5곡 '달밤'을 무대 좌, 우를 번갈아 응시하며 노래했다. 그는 느린 템포속에서 자신의 성량을 드러내지 않고 단지 음을 발현(발음)시키듯이 소리냈다. 카지노 노말는 제12곡 '봄밤'까지 고요함 속에서 차분함을 유지하듯 노래했다. 후버는 곡마다 후주에서 페달을 풍성하게 써가며 1부를 마쳤다.
카지노 노말는 2부, op.83 <세 개의 노래를 무심하고 속삭이듯 노래했다. 이 곡에서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였던 테너 프랑코 코렐리가 자신처럼 노래를 잘하고 싶어한 제자들에게 전한 'Parlare'(이태리어로 말하다, 이야기하다)가 떠올랐다. 카지노 노말는 주로 이탈리안 오페라를 노래한 코렐리와 달리 독일어로 노래했지만 마치 말을 하듯 힘을 빼고 시로 쓰여진 가사를 관객에게 읊조리고 있었다.
짝사랑과 배신, 절망 속에 무덤에 누워 죽음을 맞는 슬픈 사랑 이야기인 op.53 <로망스와 발라드 3집의 제3곡 '가엾은 페터'의 세 곡을 정신 나간 사람처럼, 광기 서린듯이 술에 취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는 감정을 표현하듯 노래했다.
게르하허가 노래한 카지노 노말 철학적이고 암울한 후기 작품인 op.90 <레나우 시에 의한 여섯개의 노래와 레퀴엠 중 제2곡 '나의 장미'가 이 날 공연 전체에서 가장 로맨틱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장미에 빗대어 그리움을 표현한 곡이다. "어둠 속으로 잠기고,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네"라는 암울한 가사로 시작되는 제7곡 '무거운 저녁'부터 레나우의 죽음을 애도해 슈만이 쓴 제8곡 '레퀴엠'까지 게르하허는 명료한 소리와 표현으로 노래했다.
100여분의 공연을 마치고 박수를 쏟아내는 한국 관객들을 위해 이들은 카지노 노말 두 가곡 '달에 부침'과 '내 아름다운 별'을 앙코르로 연주했다.
실연으로 만난 카지노 노말의 음색은 테너를 연상케 하는 밝은 빛깔의 하이 바리톤이었다. 공연 시작 전과 휴식 시간 내내 진행한 피아노 조율은 악기의 피치를 440hz에 맞추고 있었다. 평소 442hz에 맞춰져 있었을 피아노여서인지 공연 중 현이 풀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카지노 노말와 후버는 신경쓰지 않고 편안하고 명료한 음정을 관객석에 전달했고 청중들은 성악가의 편안하면서도 섬세한 음색을 들을 수 있었다.

공연을 보기 전 그에 대해 아는게 많지 않아 독일 뮌헨 국립음대 출신으로 바이에른 슈타츠 오페라의 종신 테너 단원으로 활동중인 성악가 장병훈 씨에게 연락해 그에 대해 물었다. 그는 카지노 노말를 이렇게 평했다. "뮌헨음대 입장에서는 카지노 노말가 교수로 재직중인 것이 행운이죠." 지난해 4월 바이에른 슈타츠 오퍼에서 상연된 바그너 오페라 <파르지팔에서 암포르타스왕 역으로 출연한 카지노 노말가 노래뿐만 아니라 탁월한 연기를 보였다는 설명도 했다.


게르하허와 함께 한국을 찾은 1969년생 동갑내기 후버와 그의 인연도 특별하다. 독일 뮌헨 국립음대 동문이자 교수로 함께 재직중인 직장 동료기도 하다. 게르하허는 독일의 한 방송과의 인터뷰 영상에서 33년전(방송 2022년) 카지노 노말 리사이클로 후버와 공연을 처음 함께했다고 밝혔다.
올해까지 36년간 무대에서 함께 호흡해 온 이 둘의 관계는 지난주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의 관심을 받았던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과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의 파트너십에 견줄만했다.
공연을 보면서 카지노 노말의 특이한 점을 찾을 수 있었다. 많은 성악가들이 보다 큰 성량을 내기 위해 콘트라 포스토(일명 짝다리)를 하는 것과 달리 그는 발을 11자로 반듯하게 서서 왼손을 마치 악기를 연주하듯 사용해 노래한다. 보기 드문 그만의 가창 자세였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카지노 노말 음악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아낌없이 보여준 그가 한국의 오페라 무대에도 출연해 연기와 함께 노래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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