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8일자) 카지노 꽁법 개정 서둘러선 안돼

정부가 노사정위원회의 중재안을 그대로 받아들여 카지노 꽁관계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우리는 왜, 무엇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하는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노사 양측이 모두 거부하는 안을 연내 국회에 제출,내년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정부의 계획대로 된다 한들 때아니게 달아오른 노사갈등을 가라앉힐 수 있을까. 노조 전임자의 상한선을 정하는 문제를 법 개정 이후 시행령을 제정할 때 노사가 협의하도록 미뤄놓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정부가 급한 불을 꺼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임시 변통의 미봉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근의 노사갈등이 카지노 꽁계의 전략에 의해 조성된 측면이 강하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내년의 총선을 앞두고 표에 약한 정치권과 정부를 압박해 실리를 얻자고 생각했음직 하고, 민주노총의 합법화로 빚어진 한국노총과의 주도권 다툼이나선명성 경쟁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합리적 토론이나 논쟁보다 물리적 힘으로 밀어붙이는 투쟁이 훨씬 효과적이었던 지금까지의 경험이 집단행동을 부추겼을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정부마저 실을 바늘 허리에 매어 쓰듯 대응해서는 곤란하다. 누차 지적한대로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지급을 금지하는 조항은 아직도 시행이 2년이나 남아있다. 설령 이로 인해 노조의 활동이 위축된다 하더라도 이 겨울에 카지노 꽁계가 대규모 집단 행동으로 철폐를 주장할만큼 화급한 일은 결코 아니다. 더구나 법이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3년 동안 재정자립을 위해 노력한 실적을제시하지도 않고 무조건 이 조항을 철폐하라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고 아니할 수 없다. 정당한 명분까지 퇴색시키는 불법 파업도 올바른 방법이 아닌 것은 분명하고정권퇴진 등의 구호도 온당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정부와 정치권이 냉정을 잃고 당황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 또한 안타깝다. 스스로 정통성을 자랑하는 국민의 정부조차 집단행동에 대응하는 자세는 과거보다 조금도 나아진 점이 없다. 우선 정부와 정치권부터 카지노 꽁개혁의 원칙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그런 점에서 무작정 입법을 서두르기보다는 우선 노와 사 양측이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해 격론을 벌이도록 해야 한다. 어떤 문제든 이해 당사자간의 합의나 동의가 없는 해결은 무의미하다. 더구나 이 문제를 놓고 토론할 시간은 2년이나 남아있다. 집단행동에 밀려 땜질식 입법이 이뤄진다면 두고두고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올바른 원칙을 확고하게 지키는 것이 득표에도 유리하다는 점을 상기하기 바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