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카지노이 2003년 'J.에스티나'를 처음 내놓았을 때 업계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패션 주얼리의 절대 강자인 스와로브스키와 '금 · 은 가락지'의 본산인 서울 종로 귀금속 업체들 틈바구니에서 '시계업체가 만든 주얼리'가 자리를 잡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기석 사설 카지노 사장(50 · 사진)의 생각은 달랐다. 브랜드에 그럴 듯한 '스토리'를 입힌 뒤 디자인과 마케팅으로 풀어내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 사장은 J.에스티나의 컨셉트를 '이탈리아 공주가 사랑한 액세서리'로 잡았다. 김희선 · 윤은혜 · 김연아 · 손연재 씨 등의 '패션 아이콘'을 앞세워 10~30대 여심(女心)을 파고 들었다. 8년이 지난 지금 J.에스티나는 주요 백화점에서 스와로브스키와 1~2위를 다투는 연매출 700억원대(판매가 기준) 브랜드로 성장했다.

그런 그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번엔 '본업'인 시계부문에서다. 주력제품 가격이 30만~60만원 수준인 사설 카지노을 50만~150만원 안팎의 중 · 고가 시계로 업그레이드해 티쏘 세이코 시티즌 등 글로벌 브랜드들과 한판 승부를 벌이기로 했다.

김 사장은 13일 "사설 카지노은 더이상 '기념행사 때 나눠주는 저렴한 시계'가 아니다"며 "고급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기업체 선물용 시계' 납품을 사실상 중단하는 동시에 현재 10% 안팎인 50만~150만원대 고급제품 비중을 향후 5년 내 50% 수준까지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변신'을 주도할 제품으로 '사설 카지노 프리미어'와 '사설 카지노 액티브'를 꼽았다.

지난 3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시계박람회 '바젤월드'에서 선보인 이들 라인의 신모델은 각각 거미와 새를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주목받았다. 세계적인 무브먼트(동력장치) 제작업체인 스위스 '론다'의 제품이 탑재됐다. 김 사장은 "오는 8월 말 본격 출시할 예정인데 구입문의가 많아 사설 카지노으로선 처음으로 사전 예약판매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설 카지노 고급화'를 위해 유통채널도 개편하고 있다. 저가 시계를 주로 판매하는 일명 '시계방'에서 사설 카지노 제품을 회수한 뒤 백화점 중심 판매체계를 구축키로 한 것.작년에는 롯데 노원점 등 3개 백화점에 시계 편집매장 '더 와치스'를 열었다. 김 사장은 "앞으로 사설 카지노의 핵심 판매장소는 백화점이 될 것"이라며 "향후 3년 내 더 와치스 매장을 50개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기계식 무브먼트(배터리가 아닌 태엽을 돌려 동력을 얻는 방식) 등 고급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김 사장은 "사설 카지노의 강점은 명품 브랜드 이름만 빌려 내놓는 '패션시계'보다 품질이 뛰어난 데도 가격은 10~20% 저렴하다는 것"이라며 "지난해 300억원 안팎이었던 시계부문 매출을 2015년까지 10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J.에스티나에 대해선 "9월 중 핸드백 라인을 처음 선보일 예정"이라며 "앞으로 화장품 향수 등으로 라인을 확대해 종합 패션 브랜드로 키워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오상헌 기자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