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 머니 카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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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하반기 공채 시즌을 앞두고 한국외국어대와 이화여대가 꽁 머니 카지노를 열지 않기로 했다. 별도 예산을 배정해 매년 행사를 해왔지만 올해는 기업 섭외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꽁 머니 카지노는 각 대학이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마련하는 행사다. 많은 기업이 동시에 한 곳에서 채용 정보를 제공하는 행사여서 취업준비생에게 인기가 높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여러 대학이 꽁 머니 카지노를 열다보니 ‘인기 있는’ 대기업을 섭외하기가 어려워졌다.

이공계 중심의 채용이 이뤄지면서 이른바 ‘지·여·인(지방·여성·인문계)’ 대학들은 꽁 머니 카지노 개최 자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지방 국립대인 부산대와 충남대도 이미 수년 전부터 꽁 머니 카지노를 열지 않고 있다.

반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명문대의 꽁 머니 카지노에는 매년 수백개 기업이 몰린다. 이들 대학은 기업으로부터 참가비까지 받는다.

◆지방대는 수년째 꽁 머니 카지노 못 열어

인문계 비율이 높은 한국외국어대는 올해 꽁 머니 카지노를 포기했다. 한국외국어대 관계자는 “꽁 머니 카지노를 열려고 했지만 인문계 채용 계획이 없는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오기를 꺼려 박람회장의 상담 부스를 채우는 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초 이틀간 꽁 머니 카지노를 열었던 이화여대도 “비용에 비해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미미하다고 판단해 올해는 실속형 채용설명회로 전환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내 주요 대기업이 뽑은 신입사원들의 이공계, 인문계 비중은 8 대 2였다. 삼성전자는 이공계 출신 꽁 머니 카지노이 85%에 달했다. LG그룹 주요 계열 3사(전자, 화학, 디스플레이)도 인문계 꽁 머니 카지노 비율이 15%에 불과했다. 아예 인문계 졸업생을 뽑지 않은 기업도 상당수였다.

보통 2~3일 열리는 꽁 머니 카지노에 들어가는 비용은 대략 5000만~1억원. 많은 대학이 졸업생을 위해 자체 예산을 쓰고 있지만 일부 명문대는 예외다. 이들 대학은 오히려 기업들로부터 참가비를 받는다. 서울대가 지난해 연 꽁 머니 카지노에는 130여개 기업이 참가했다. 기업당 70만원의 참가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는 200개 기업으로부터 각각 60만원을 받았다. 연세대는 150개 기업에 하루 참가비용 기준으로 20만원씩을 받았다. 성균관대와 한양대 등도 기업당 10만~20만원을 받고 꽁 머니 카지노를 연다.

◆취준생 “취업정보 어디서 얻나”

대규모 꽁 머니 카지노가 막히자 대학들은 발빠르게 ‘실속형 채용설명회’를 열고 있다. 지난 5월 졸업 선배들을 초청해 취업 성공콘서트를 열었던 한국외국어대는 9월 말 용인 글로벌캠퍼스에서 직무박람회를 연다. 해외영업, 마케팅, 회계, 인사, 연구개발 등 분야의 입사 선배들을 초청해 직무와 관련된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는 계획이다.

이화여대도 9월 초 여성인재 모임인 ‘윈(WIN)’과 함께 여성인재포럼을 열어 사회 진출을 앞둔 취업준비생에게 멘토링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국민대는 2년 전부터 대규모 꽁 머니 카지노 대신 최종 입사까지 연계한 프로그램인 ‘중견·중소기업 현장채용 캠프’를 열고 있다. 박지현 이화여대 커리어경력센터 팀장은 “실질적인 소규모 채용설명회를 수차례 열 계획”이라며 “대규모 꽁 머니 카지노보다 오히려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꽁 머니 카지노를 열지 않는 대학의 취업준비생들은 불만이 적지 않다. 하반기 공채를 준비 중인 김경수 씨(28·한국외국어대)는 “같은 등록금을 내고도 채용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인 박영수 씨(29·경희대)는 “지난해 고려대 꽁 머니 카지노에 갔다가 본교 학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