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우리카지노추천 귀천이 있다
경미한 사고로 자동차를 정비공장에 맡긴 적이 있다. “수리를 마쳤으니 차를 찾아가라”는 연락을 받고 공장에 갔다. 차는 말끔히 고쳐져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그런데 문득 평소 와이퍼 고무가 많이 닳아 빗물이 잘 씻겨나가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차를 내주러 나온 직원에게 “와이퍼 고무만 교체할 수 있느냐”고 슬쩍 물었다. 그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와이퍼 고무를 교체하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았다. 중간에 몇 번이나 “그냥 그만 두시라”고 했지만, 그 직원은 “아닙니다, 제가 꼭 해보고 싶습니다”고 말하고는 이리 저리 방법을 찾았다.

시행착오 끝에 간신히 와이퍼 고무를 갈아끼웠다. 15분 정도 걸린 듯했다. “괜한 일로 시간을 많이 빼앗아 미안하다”고 직원에게 말하자, 그는 뜻밖에도 “고객님 덕분에 저도 잘 몰랐던 교체 방법을 터득할 수 있게 돼 감사드린다”며 되레 인사를 했다.

와이퍼 교체는 정비사에게 넘기면 그뿐이었다. 차량 인계가 주업무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 직원에게 와이퍼 고무 교체는 그의 직업의식을 완성해주는 일종의 자존심이었던 것 같다. 그날의 일이 아니었다면, 아마 그는 정년퇴직할 때까지 와이퍼 고무 교체 방법을 몰랐을 것이다.

은행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종종 본다. 겉으로 보기에 주목받지 않는 업무를 하는 직원들 중에는 “내가 사실 이 일보다 더 중요하고 멋있는 걸 맡겨주면 잘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심지어 “여기 아니라도 오라는 데 많다”는 식으로 거드름을 피우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정작 그 직원은 오라는 데가 없다. 오히려 사소한 일을 맡겨도 열과 성을 다해 임무를 완수하는 직원은 여러 부서장이 서로 데려가려 한다.

우리카지노추천 귀천이 있는 것 같다. 화려하고 멋있어 보이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도 그저 자기 일에 대한 보상이나 명성만을 좇는다면 그는 참 천한 일꾼이다. 얼핏 보잘것없어 보이는 일을 해도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신념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한다면, 그 일은 누구나 할 수 없는 귀한 직업이 된다. 또 그 일을 하는 사람은 장인이 될 것이다. 조금 더딜 수는 있지만 명예와 부도 반드시 따라온다.

박종복 < 한국SC은행장 jongbok.park@s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