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함과 설렘을 카지노 가입머니 이들을 위한 삶의 통찰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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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함과 지루함의 윤리학
고쿠분 고이치로 지음
김상운 옮김/북이십일 아르테
484쪽|3만8000원
고쿠분 고이치로 지음
김상운 옮김/북이십일 아르테
484쪽|3만8000원
![짜릿함과 설렘을 카지노 가입머니 이들을 위한 삶의 통찰 [서평]](https://img.hankyung.com/photo/202501/01.39318359.1.jpg)
일본 도쿄대 교양학부 교수인 고쿠분 고이치로는 인간이 느끼는 한가함과 지루함의 실체를 파헤친다. 석기시대 인간의 정주 생활부터 자본주의가 만연한 소비 시대까지, 저자가 파고드는 식견의 범위는 그 자체로도 탐닉할 만한 즐거움이다. 책의 분량은 480쪽이 넘지만 각주가 많아 체감 분량은 그보다 적다. 윤리학이란 제목이 거창해도 철학 지식 없이 쉽게 읽을 수 있다.
저자는 한가함과 지루함의 차이부터 파고든다. 한가함은 별일 없이 시간이 남는 외부 조건이라면 지루함은 그 한가함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주관적 영역이다. 유목 생활을 청산하고 농경을 하게 된 인류는 작물이 자라지 않는 겨울이면 한가함에 직면한다. 겨울잠도 안 자는 인간에게 한가함은 어떻게든 버텨야 할 지루함이 된다. 그 지루함을 달랠 놀이들은 생존을 카지노 가입머니 일상적인 투쟁에서 벗어나게 해준 잉여생산물의 선물이었으리라. ‘놀이하는 인간(호모 루덴스)’으로 인간을 규정한 요한 호이징하와 맞닿는 대목이다.
저자의 통찰은 더 나아간다. 호이징하는 노동에서 해방된 인간이 여가를 통해 실존을 확인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1980년대 유행한 소비사회론은 여가도 노동을 요구하는 자본과 긴밀하게 얽혀 있음을 지적한다. 신성한 노동이나, 이 노동에서 벗어나려는 여가나 결국 자본가가 설계한 소비의 대상이란 얘기다. 저자는 이러한 여가와 자본의 관계를 되짚는 것뿐 아니라 이 관계로 인한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끊임없이 소비해야 하는 상황 말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저자는 하이데거의 실존 철학을 건든다. 인간은 지루할 수밖에 없고, 이 지루함은 곧 인간이 외부 억압 없이 자유로움을 느끼는 상태를 역설적으로 상기시켜준다. 지루함에서 자유로움을 느끼고, 이 자유로움을 맘껏 발휘하자는 게 저자가 본 하이데거의 해결책이다. 저자는 이 해결책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자유로움을 발휘하는 인간은 그래서 어떠한 모습인 건가. 동물도 인간처럼 지루해하진 않는가. 자유로움을 강조하다 보니 외부 조건에 의해 주어진 일들의 가치를 하이데거는 과소평가한 게 아닐까. 비전공자의 눈엔 뜬구름처럼 느껴질 수 있는 철학가의 주장을 저자가 낱낱이 뜯어보는 순간이다.
지루함을 마주하는 저자의 결론은 ‘사치를 되카지노 가입머니 것’이다. 우리는 소비를 통해 물건뿐 아니라 물건을 가짐으로써 얻게 되는 관념을 소비한다. 명품 가방을 사면 고고하고 품격 있어 보이는 이미지를 얻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저자는 이러한 관념이 아닌 물건 그 자체를 탐닉하자고 한다. 일상에서 소소하게 만나는 다양한 사물들에 인식의 지평을 열어놓자는 얘기다. 하이데거의 주장처럼 자유를 발휘하는 일마저도 실은 일상의 소소한 기분전환에서 생각할 거리를 끊임없이 키워놓는 작업이 전제로 깔려있다는 게 고이치로의 주장이다. 물건을 물건으로 소비할 수 있을 때, 지루함을 달래기 위한 관념 소비의 레이스는 비로소 끝날 수 있다.
저자의 주장은 여기에서 끝난다. 이 결론을 어떠한 방법으로 실천해 볼지는 독자의 몫이다. 스마트폰과 떨어져 보는 디지털 디톡스나 템플 스테이 등은 현대인 나름대로 이 지루함을 관리하던 방법이다. 강렬한 자극에서 벗어나 일상적인 감각을 예민하게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알코올 40도 고량주만 찾던 애주가도 금주를 계속했다면 5도짜리 하이볼도 꿀맛이다. 달달한 탕후루에 길들여진 어느 20살 청년의 입맛도 입대 후 첫 행군 중 먹었을 건빵의 달달함 앞에선 무장해제다. 나름의 취미를 개발하는 것도 진부하지만 지루함을 다루는 효과적인 방안이다. 지루함이 숙명이 된 우리에게 고이치로의 윤리학은 삶의 무게중심을 잡아줄 힘을 보태준다.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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