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곤 실레의 자화상 속 눈빛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창백한 피부와 날카로운 선들, 마치 관객을 꿰뚫을 듯한 시선. 나는 처음 이 작품을 비엔나의 레오폴드 뮤지엄카지노 입플 마주했다. 당시 그는 20세기 초 유럽의 미술 혁명을 상징하는 거장의 한 사람으로, 적절한 공간에 놓여 있는 듯 보였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장소카지노 입플 그를 다시 만났다. 바로 국립중앙박물관카지노 입플였다. 미술관이 아닌 박물관카지노 입플 실레를 만난다는 것은 다소 당혹스러웠다. 박물관은 역사적 유물과 자료를 보존하는 곳이고, 미술관은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곳이 아니던가? 이번 전시는 이러한 구분이 과연 유효한 것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에곤 실레, <꽈리열매가 있는 자화상(Self-Portrait with Chinese Lantern Plant) alt=, 1912, Oil, opaque color on wood / 그림. ©Leopold Museum, Vienna">
에곤 카지노 입플, <꽈리열매가 있는 자화상(Self-Portrait with Chinese Lantern Plant), 1912, Oil, opaque color on wood / 그림. ©Leopold Museum, Vienna
흰 여백을 배경으로 빨간 꽈리의 강렬한 색채와 대비된, 검은 옷을 입고 불안한 눈빛을 던지는 에곤 실레. 그의 대표작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1912)은 보는 이를 압도한다. 거친 터치로 표현된 창백한 얼굴, 비대칭적으로 뒤틀린 듯한 제스처, 그리고 관객을 내려다보는 반항적이지만 어딘가 쓸쓸한 눈. 비엔나의 레오폴드 뮤지엄카지노 입플 처음 이 작품을 본 순간, 나는 실레의 불안한 시선카지노 입플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리하여 나는 그 여름을 빈 분리파와 함께 보냈다.

벨베데레 궁전을 비롯해 빈 곳곳의 미술관을 누비며, 카지노 입플와 그의 스승 구스타프 클림트, 그리고 동시대 작가들에게 빠져들었다. 그리고 빈 분리파의 중심, 제체시온(Secession)을 방문했을 때, 나는 이들이 기존 아카데미즘을 거부하고 분리를 선언하며 새로운 예술 운동을 펼쳤다는 사실을 접하고, 예술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에 대해 생각했다.
제체시온, 1897, 비엔나 / 사진. ⓒJorit Aus, Secession 2021, 출처. Vienna Secession 페이스북
제체시온, 1897, 비엔나 / 사진. ⓒJorit Aus, Secession 2021, 출처. Vienna Secession 페이스북
지난해 겨울, 나는 서울카지노 입플 빈 분리파의 전시 소식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티켓을 예약했다.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에곤 실레까지'라는 제목의 이 전시는 회화 작품뿐만 아니라 기하학적 포스터, 공예품까지 아우르며 빈 분리파의 예술적 유산을 총체적으로 보여주었다.

특히, 세 벽면을 가득 채운 클림트의 베토벤 프리즈와 베토벤 교향곡 9번이 어우러진 전시는 빈 분리파가 꿈꿨던 종합예술의 이상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시장을 둘러보다가 나는 의문을 가졌다. “이 전시가 국립중앙박물관카지노 입플 열린다고?” 빈 분리파의 작품이, 왜 미술관이 아닌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박물관과 미술관을 명확히 구분하여, 박물관은 역사적 유물과 자료를 다루고, 미술관은 회화·조각 등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 구분은 1991년 제정된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카지노 입플 비롯되었다. 이 법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카지노 입플: 역사·고고·인류·민속·예술·동물·식물·광물·과학·기술·산업 등의 자료를 수집·관리·보존·조사·연구·전시·교육하는 시설
미술관: 그중카지노 입플도 서화·조각·공예·건축·사진 등 미술에 관한 자료를 수집·관리·보존·조사·연구·전시·교육하는 시설

이러한 법적 정의와 구분은 박물관과 미술관을 동등한 층위의, 본질적으로 다른 기관으로 여기도록 만들었고, 더 나아가 조선 후기까지의 미술품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이후의 미술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이 관리하는 기이한 관행을 낳았다. 이러한 구분은 근대화 과정카지노 입플 박물관과 미술관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었던 일본의 제도를 답습한 결과이다. 하지만 박물관과 미술관이 그렇게 인위적으로 구분되어야 하는가?
국립중앙카지노 입플 / 사진출처. 국립중앙카지노 입플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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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구분으로 같은 ‘musée (museum의 프랑스어)라는 단어를 사용함에도, 루브르는 ‘박물관’으로, 오르세는 ‘미술관’으로 번역되고, 이는 혼란을 초래한다. 그런데 본래 ‘Museum’의 어원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예술과 과학의 수호신 ‘뮤즈(Muse)’카지노 입플 유래했다. 고대 그리스어로 ‘무세이온(Mouseion)’은 뮤즈를 모시는 신전이자 학문의 중심지를 의미하며, 이는 단순한 유물 보존소가 아니라, 인간의 창조성과 지성을 기리는 공간이었다.

이후, 각국의 역사·사회적 배경에 따라 ‘뮤지엄’의 개념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발전했다. 유럽카지노 입플는 왕실과 귀족이 축적한 문화유산이 공공으로 전환되며 뮤지엄이 발전했는데. 프랑스의 루브르와 영국의 브리티쉬 뮤지엄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기업과 개인 주도의 사립·주립 미술관 모델이 중심이 되어, 기업가들의 기부, 정부의 세금 우대 정책을 기반으로 뉴욕 현대미술관(MoMA),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가 성장했다.
루브르 카지노 입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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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은 국가가 중심이 되어, 문화재 보존과 역사 기록을 위한 공공 박물관과 국공립 미술관이 주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이처럼 각국의 박물관과 미술관은 각기 다른 배경 속카지노 입플 형성되었지만, ‘뮤지엄’이라는 공간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역할 즉, 인간의 문화적 진화를 기록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성찰의 장이라는 점카지노 입플는 공통된다.

국제뮤지엄협회(International Council of Museums, ICOM)의 2022년 뮤지엄 정의도 이러한 통합적 시각을 반영한다.

"유무형 유산을 연구·수집·보존·해석·전시하여 사회에 봉사하는 비영리, 영구기관으로,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어 이용하기 쉽고 포용적이어서 다양성과 지속성을 촉진하며, 공동체의 참여로 윤리적, 전문적으로 운영하고 소통하며, 교육·향유·성찰·지식 공유를 위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위 정의는 단순한 공간적 구분을 넘어, 카지노 입플과 미술관을 ‘뮤지엄’이라는 포괄적 개념으로 바라봐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논의는 최근 더욱 실질적인 고민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건희 컬렉션에는 동서양의 근대 미술품뿐만 아니라, 문화재와 유물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새로 건립될 이건희 기증관은 박물관인가, 미술관인가?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를 “미술관과 박물관을 통합하는 복합 문화시설”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작 그 공식적인 정체성은 불분명하다. 단순히 두 개념을 물리적으로 결합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더 이상 박물관과 미술관이라는 인위적인 구분에 얽매이기보다, ‘뮤지엄’이라는 개념 아래카지노 입플 그 역할을 확장하고 새롭게 정의해야 하지 않을까.

김현진 법학자•인하대학교 로스쿨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