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의 탈을 쓴 S급 딴따라들의 춤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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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바디콘서트’ 리뷰
예술의전당에서 15주년 기념 공연 마쳐
단련된 몸짓이 주는 아름다움에 매료
현대미술 거장 이건용 퍼포먼스 연상
15년째 공연 이어오는 김보람 대표
“멋지게 그만두는 날까지 무대 오르고 싶어”
예술의전당에서 15주년 기념 공연 마쳐
단련된 몸짓이 주는 아름다움에 매료
현대미술 거장 이건용 퍼포먼스 연상
15년째 공연 이어오는 김보람 대표
“멋지게 그만두는 날까지 무대 오르고 싶어”

엘리트 무용수가 진지한 춤의 향연을 펼칠 것 같은 현대무용판에도 이런 작품이 있다. 수영모를 뒤집어쓰고 녹색 양말에 번쩍이는 ‘쫄쫄이’ 타이즈를 입은 기괴한 차림의 무용수들이 춤을 춘다. 현대무용수라면 으레 할 줄 아는 기본동작만으로 박수갈채를 받는가 하면, 춤이라기보단 ‘몸짓’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빠질 때쯤 2000년대 대중가요 박지윤의 ‘바래진 기억에’가 흘러나와 관객들은 당황하기 일쑤다.

▶▶[관련 인터뷰]"화성에서 로봇과 춤추고 싶어요" … 안무가 김보람의 도전
춤의 자유는 고통의 몸짓에서
춤은 가장 자유로운 예술로 여겨진다. 미술이나 문학, 영화처럼 매개체가 필요한 다른 예술 장르와 달리, 오직 몸 하나로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어서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무용은 가장 엄격한 예술이다. 찰나의 순간, 여럿의 무용수가 마치 한 사람 같은 동작을 보여주려면 철저하게 약속된 안무를 완벽하게 숙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동작을 완성하기 위해 수천, 수만 번씩 같은 몸짓을 거듭하는 단련의 과정은 지난하고 고통스럽다.

이 춤 같은 행위는 그 자체로 현대미술 퍼포먼스 같다. 카지노 정팔 실험미술 거장 이건용을 대표하는 ‘바디스케이프(몸의 풍경)’ 연작이 불현듯 떠오르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캔버스에 등을 대고 팔을 뒤로 휘둘러 물감을 칠하는 그의 회화처럼, 음악과 감정에 가장 적확한 순간을 찾아가고 있어서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이름에 들어가는 ‘애매모호한(ambiguous)’은 그들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김보람 대표가 유명가수 백댄서 등 방송음악으로 시작해 현대무용으로 옮겨왔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의 춤이 현대무용의 벽을 허물고 있기 때문이란 표현이 조금 더 알맞다. 미국 래퍼 네이트 독의 ‘I got love’에 맞춰 카지노 정팔무용에 쓰이는 한삼을 끼고 춤사위를 선보이거나 발레 동작을 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현대무용에 대한 불경에 가까운 춤들은 흥미롭다. 헨델의 ‘Lascia ch'io pianga(울게 하소서)’가 나오자 무용수들은 느린 박자에 맞추는 대신, 빠른 동작의 춤으로 의도적인 부조화를 연출한다. 그래도 관객들은 주의 깊게 춤을 바라본다. 현역 무용수로선 은퇴를 바라볼 나이인 40대 김보람 대표가 무대 앞 OP석에 앉은 관객에게 땀을 튀길 정도로 열정적인 춤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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